가까이서 보니 눈매가 선하다. 천진스러운 개구쟁이 소년들 같다. 말갛고 수줍은 눈빛과 정성을 다하는 태도. 게릴라 같은 유머는 보너스다. 데뷔 9년 차 가수라면 거드름을 피울 법도 하지만 무명 신인보다 겸손하고 깍듯하다. '엽기 듀오' 노라조에 대한 첫인상은 예상과 무척 달랐다.
노라조의 두 남자 조빈(39)과 이혁(35)이 '야생마'가 돼 돌아왔다. 영화 '레옹'의 레옹과 마틸다로 변신했던 '여자사람' 이후 1년 반 만이다. 신곡 '야생마'는 댄스와 트로트, 하드록을 뒤섞고 유머로 맛을 낸 '슈퍼맨' '고등어' '카레'의 뒤를 잇는 전형적인 '노라조 송'이다.
노라조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는 여전하다. 삼각김밥 머리,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캐릭터, 카레 코트, 용비녀 머리 등 레이디 가가도 놀랄 만한 의상과 머리로 이목을 끌었던 두 남자는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를 어설프게 재현한 인형을 달고 제주 일대를 야생마처럼 뛰어다닌다. '야야야야생마~ 생마! 생마!'라고 외치다 느닷없이 시디 알맹이를 들이대는 '19금' 개그엔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번 곡도 '슈퍼맨' '고등어'를 쓴 작곡가(DK) 작품이에요. 작곡을 해놓고 저희에게 들려주면서 '이번엔 말 어때?'라고 무심코 말한 게 시작이 됐죠. 뮤직비디오는 예전부터 같이 해온 홍진우 감독과 같이 했어요. 저와는 무명 시절 그룹 TGS를 같이 했던 친구죠."(조빈)
한 우물을 파면 뭐든 이루는 법이다. 데뷔 초 혀를 끌끌 차던 대중도 이젠 기꺼이 박수를 친다. 노라조만의 독특한 개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조빈은 "재래시장에 있던 상품이 포장과 마케팅을 거쳐 백화점에 진열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자신들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쌈마이' '엽기'라고 해도 노라조의 노래를 거부하기 힘든 건 젠체하지 않는 겸허와 뭉근한 낙천주의가 있기 때문이다. 전매 특허인 코믹 댄스 록뿐만 아니라 헤비메탈,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하면서도 음악적인 면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는다. 조빈과 이혁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음악을 하자는 것이 노라조의 모토"라고 했다.
데뷔 전 록 음악을 했던 두 사람은 주류 가요계로 편입하면서 댄스를 선택했다. 2010년 곡 '록 스타'의 가사처럼 '록 변절자 노라조'이지만 '후회 없다만 미련은 있다 / 나의 꿈은 록 스타'라고 말한다. 한때는 연예인으로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이미지를 갖고 싶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나니 스트레스도 사라지더란다. 이젠 대놓고 "'고등어'는 '슈퍼맨' 표절곡"이라며 스스로를 깎아 내리기까지 한다.
'야생마'는 조빈과 이혁이 기획사 노라조프로덕션을 차리고 내놓은 첫 번째 노래다. 신년 대운을 기원하는 또 다른 신곡도 준비 중이고, 1월 중엔 일본 오사카에서 조그맣게 콘서트도 할 예정이다. "밴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라이브 콘서트를 하려고요. 발라드 미니 앨범이나 메탈 미니 앨범도 만들어볼까 합니다. 우리도 즐겁고, 보는 분들도 즐거운 음악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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