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긴 암흑기에서 벗어나 즐기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한화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무려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팀 재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며 과감한 베팅을 했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31ㆍ70억원), 이용규(28ㆍ67억원)에게만 137억원을 들였다. 내부 FA(자유계약선수)인 이대수(32ㆍ20억), 한상훈(33ㆍ13억), 박정진(37ㆍ8억)에게도 41억원을 쏟아 부었다. 5명의 선수를 잡는 데 든 비용은 총 178억원. 여기에 정근우의 원 소속팀 SK, 이용규의 원 소속팀 KIA에 지급할 보상금도 최소 17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번에 한화가 쓴 200억여원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2005년 삼성이 세운 167억여원. 당시 내부 FA인 김한수를 28억원에 잡은 삼성은 외부 FA인 심정수(60억)와 박진만(39억)에게 99억원을 투자했다. 물론 삼성은 둘의 원 소속팀인 현대에도 35억4,000만원의 보상금을 줬고 FA 3명을 붙잡느라 총 166억6,000만원을 썼다.
이번에 한화는 재벌 그룹 삼성을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2008년부터 6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하자 암흑기 탈출에 사활을 걸었다. 5-8-8-6-8-9위 등 줄곧 하위권에 맴돌던 팀은 모처럼 활기를 띠며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한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창식, 하주석 등 유능한 자원을 뽑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해 주지 못했다. 선수 육성을 위해 2군 구장을 새로 짓는 등 인프라 구축에도 힘 썼지만 당장의 성과물을 기대하긴 힘들다. 결국 메가톤급 보강은 구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한 때 “한화가 팀 체질을 변화시키려면 FA 1,2명 영입으론 되지 않는다”던 야구계의 평가는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의 합류라면 분명 팀 색깔이 달라질 것”으로 바뀌었다.
즐기는 야구가 그 첫 번째 효과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최근 제주도 서귀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즐기면서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당장 성적을 올리겠다는 말 보다 앞에 나서서 솔선수범하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며 “팀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과 재미있게 경기하겠다”고 했다.
한화는 그간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처져 있던 게 사실이다. 지는 데 익숙하다 보니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일이 잦았다. 승부처에서 나오는 허무한 실책, 무리한 주루 플레이 등은 즐기지 못하고 1승에 쫓겨 발생한 결과물이었다. 한화는 정근우, 이용규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팀에 여유를 불어 넣어주길 바라고 있다.
중심 타선에도 ‘락’효과가 기대된다.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이 높아지면서 중심 타자까지 신이 나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이른바 시너지 효과다. 김성한 한화 수석 코치는 최근“3~5번 타자들은 주자가 베이스에 있어야 칠 맛이 난다”고 했다. “지금껏 우리 중심 타자들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주자가 없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볼넷이나 홈런을 허용해도 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며 “그러나 주자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표현했다. 투수가 긴장하기 때문에 실투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한화 중심 타선의 진짜 실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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