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가 제2창간을 맞아 미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77)와 독점 인터뷰를 공개한다. 레드포드는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난 레드포드는 청바지에 검은 셔츠를 입고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얼굴에 그어진 주름은 굵었지만 여전히 '아메리칸 골든보이' 인상이 강했다. 유머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대답했고, 시종일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회원
▲올 이즈 로스트는 무성영화와 다름이 없다.
=난 무성영화를 좋아한다. 관객이 대사에 따라 지시를 받지도 않고, 자신을 영화에만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J.C. 챈더 감독은 대단히 용감한 사람이다. 난 그저 그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올 이즈 로스트는 내 인생에서 최고의 영화다.
▲영화 속에서 계속해서 물에 젖어 있던데.
=(웃으며)그래서 영화 촬영이 끝났을 때 갈증을 느끼지 못했다. 참으로 힘들었다. 저예산 영화여서 충분히 쉴 시간이 없이 영화를 찍어야만 했다. 젖은 옷을 말릴 새도 없었다. 계속해 젖은 채로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들고 짜증이 나는 일이다. 그리고 물에 젖은 옷과 구두는 무거워 더 힘들었다.
▲물 위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가?
=난 바닷가인 산타모니카에서 자라 물과는 늘 친한 편이다. 그래서 난 서핑과 수영을 하면서 자라다시피 했고 젊었을 땐 수영을 아주 잘 했다. 영화에서처럼 폭풍을 만난 적은 없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다 큰 바람을 맞아 비행기의 엔진이 9분이나 멈춘 뒤 무려 2만 1천 피트를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죽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나도 영화의 인물처럼 생사의 갈림길에 처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인물처럼 당신은 위기에 대처할 줄 아는 생존기술이 있는가.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 생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공포에 떨면서 비명을 지르든지 아니면 침착하게 대하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나는 위기에 처하면 신중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위기가 반드시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각본과 다른 즉흥적인 연기가 있었나?
=다소 그렇다. 나나 영화의 인물이나 모두 어느 정도 항해에 관해 알고는 있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영웅이 아닌 보통사람이다. 따라서 나도 영화 주인공처럼 위기에 처했을 때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죽음에 관해 두려워한 적이 있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면 깊숙한 곳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이 오면 두려워하든지 아니면 오히려 죽음을 희롱하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죽음을 비웃고 싶다. 죽음아, 나는 너를 우습게 여기니 내가 널 밀어붙여도 되겠지?
▲인생 항로는 어디인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으니 그저 계속할 뿐이다. 난 이 영화가 나의 다른 영화인 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바다건 땅이건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더 이상 생존할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나 또 어떤 사람은 계속해 밀고 나아간다. 영화의 주인공도 후자 경우인데 그는 이유도 모르고 단지 앞으로 밀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어 계속하는 것이다.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삶이 행복과 사랑에 대해 가르쳐주나?
=행복은 순간적이고, 이런 게 인생이다. 삶이란 높낮이가 있고 기쁨과 슬픔이 있게 마련이다. 슬픔이란 행복처럼 인생의 한 부분이다. 난 행복을 매우 좋아하지만 영원하길 바라진 않는다.
▲어떻게 배우가 됐는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위해 줄을 서서 장시간 기다렸다. 어쩌다 역을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 허탕을 쳤다. 그렇게 시작했다. 난 배우로서 내 삶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내가 남긴 흔적을 살펴보진 않는다. 백미러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현명해졌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나이에 이르면 사람은 지혜를 얻게 된다. 20세 때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혜를 얻게 되면 철학적이 된다.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하게 된다. 후회와 운은 다 지혜와 함께 온다.
▲배우로서 명성을 얻었다.
=명성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한 편의 영화 때문인데 사람들이 과거와 다르게 날 대했다. 명성이 내 가족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갑자기 사람들이 당신보고 ‘잘 생겼다’라든가 ‘참 사려가 깊다’고 칭찬하면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난 하룻밤 새 모든 것이 달라지면 위험 부담도 따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명성에는 어두운 면이 있기에 늘 그 것을 파악하고 자신의 삶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할리우드는 나이가 50을 넘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더라.
=할리우드는 나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다. 슬픈 일이다. 요즘 배우들을 보면 전부 젊음을 지키겠다고 성형수술을 해 모두 로보트처럼 보인다. 아주 우울한 일이다. 난 내가 삶을 사는 대로 내 얼굴도 따라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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