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이 또 다시 일본을 두둔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집단자위권은 (국가의) 고유한 권한으로 모두가 그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일본이 자신의 역할을 정상화하면서 지역 내 안보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앞으로 어떤 결정 내리든 그것은 주권 국가로 자신들의 결정"이라면서 "만약 일본이 집단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의 변경을 선택하면 우리는 지역 내의 억지력이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킨 것으로, 미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갈수록 미국측의 표현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골화되고 있어 정부의 입지가 곤혹스러워지고 있다.
앞서 12일 존 케리 국무장관은 신임 주일대사 환송 리셉션장에서 "아베 총리가 (동북아) 역내에서 새롭고 강력한 역할을 맡기 위해 기울이는 엄청난 노력에 우리(미국)는 더 이상 흥분되고 기쁠 수 없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우회적이지만 적극적인 표현으로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호주, 영국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연합(EU)도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혀 국제여론도 일본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ㆍ통일ㆍ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미국이 아시아권 세력균형을 위해 일본을 재무장시키려는 것은 지극히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구한말 미국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묵인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재현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으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비롯해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미국 등 우방국들에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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