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를 이르면 21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권이 국회의장 직권 상정 카드도 검토하고 있어 여야 대치 정국이 더욱 격화할 조짐이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19일 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문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20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국회에 접수했다. 민주당이 두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 국회가 이날 보고서를 보내지 않음에 따라 박 대통령은 21일부터 두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인사청문회법 상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후 20일 내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10일 이내란 여유 기간이 있음에도 하루 뒤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은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공백 기간이 길어 속히 조직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문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는 야당의 반대 사유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요청한 입장 그대로 봐달라"고 말해 박 대통령이 21일이나 22일에는 두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조각 당시에도 야당의 반대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자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요청한 후 이틀 뒤 임명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국회 청문 절차를 요식 행위로 만드는 독불장군식 행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제3의 인사참사를 부를 것이고 또다시 불통과 독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각인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대정부 질문을 거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를 두고서는 마찰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결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황 후보자 인준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사사건건 국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여야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직권 상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지난 15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 상정이 가능하다는 뜻을 여야 원내대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새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쥐락펴락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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