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회사가 경영권 매각 절차에 들어간 LIG손해보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부문의 수익구조를 높이기에 충분한 매물이라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4위인 LIG손보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KB금융 NH농협 신한 하나 한국투자 등 주요 금융지주사가 검토에 들어갔다. 대부분은 손해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 않아 인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손보사를 갖고 있는 농협조차도 자동차보험의 영업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검토에 들어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보험은 금융업이지만 신규 설립이 어려워 주요 금융지주도 손보사를 계열사로 갖고 있지 못하다"며 "현재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매진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LIG손보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인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LIG손보는 인수 금액 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20.96%에 그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더라도 5,0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LIG손보가 LIG투자증권 지분 82.25%를 보유하고 있어, 인수 시 증권사 경영권까지 승계되는 효과도 있다.
특히 KB 농협 등 일부 지주사가 참여한 우리투자증권 본입찰이 다음달 16일에 열릴 예정이라, 인수에 실패한 지주사가 LIG손보 매각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LIG손보의 자기자본이익률이 높고 장기보험상품의 수익성이 좋아, 비이자 이익 다각화가 절실한 금융지주사들이 어느 매물보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LIG그룹이 밝힌 것처럼 2,100억원의 LIG건설 기업어음 투자자 피해 보상액을 연말까지 마련하려면 동양증권 등 다른 매물과 달리 매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LIG측은 "아직 매각 주간사 선정작업을 마치지 않아 구체적 진행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피해 보상액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매각인 만큼 빠르면 올해 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S그룹 등 범 LG가와 보험업계도 유력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업계에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의 금산분리 강화 기조상 LIG손보를 제조업 계열의 회사가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동종 회사가 인수하면 지급여력(RBC)이 하락해 수천억원 상당의 추가 유상증자가 필요해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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