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그동안 일제강점기 피해자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도 공개를 제한해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 소송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국가기록원이 이승만 정부 때 작성된 일제강점기 피해자 명부를 공개, 일본 배상청구 소송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지만 애초에 정부가 미온적이라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장완익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는 20일 "일제강점기 피해자를 선정, 지원하는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 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그동안 33만명에 달하는 피해자 자료를 수집하고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제한해 피해보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 발족한 위원회는 2005년 3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일제강제동원 피해신고를 받아 22만6,000여명이 접수했다. 2007년 태평양전쟁 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지원법이 제정된 후에는 해외강제징용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위원회가 추가 발족돼 2012년 7월까지 신청을 받아 최종 6만8,833명이 선정됐다. 해외 피해자들은 지원법에 따라 사망자에게 2,000만원 등 총 5,522억9,000만원의 보상을 받았지만 국내 피해자들의 경우 어떤 보상이나 지원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정부는 33만명의 자료를 보유하고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아 피해보상소송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개개인 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피해자 당사자와 직계 존비속만 열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무법인 등이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내려 해도 사실상 길이 막혀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으로 일본 기업 미쓰비시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에 참가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위원회에 피해자 명부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우리에게 명부를 주지 않으면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관련 피해자들에게 안내장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쓰비시를 상대로 3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2건, 후지쿠시에 대해 1건 등 총 6건의 대일 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위원회가 피해자 명부를 제공한 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장완익 대표는 "새로 공개된 피해자 명단을 국가 차원에서 분석, 조사해야 하며 일반에 공개해서 보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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