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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력의 '눈엣가시' 로크 미국대사 돌연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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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력의 '눈엣가시' 로크 미국대사 돌연 사임

입력
2013.11.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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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중국계 미국인 주중 미 대사로, 가는 곳 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게리 로크(사진) 대사가 돌연 자리를 내놨다. 그 동안 중국의 인권 탄압 및 소수민족 정책 등을 줄기차게 비판하며 갈등을 빚어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로크 대사는 20일 성명에서 "주중 미 대사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생애의 영광이었으며 이러한 기회를 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미 이달초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내년 초 대사직에서 물러나 시애틀의 가족과 합류키로 했다는 결정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로크 대사는 갑작스런 사임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 중 하나면서 미국의 이해가 직결된 미중 관계를 다루며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하고 보람 있는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로크 대사는 "우리는 종교 지도자와 인권 변호사를 면접하고, 티베트와 신장(新疆)에서 티베트인들과 위구르인들을 만나면서 미국의 가치를 진전시켰다"고 자평했다.

사실 그는 중국 지도부엔 눈엣가시였다. 로크 대사는 지난해 12월 세계인권의날 기념 성명에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수감중인 류샤오보(劉曉波), 가택 연금중인 그의 아내 류샤(劉霞), 구금 중이면서 의료적 지원이 절실한 장애인 여성 인권 운동가 니위란(倪玉蘭), 투옥 중인 인권 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 변호권을 보장받지 못한 천커구이(陳克貴) 등을 일일이 거명한 뒤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법에 의한 지배와 인류 보편적 자유는 중국이 추구하는 성장과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로크 대사의 지적에 당시 막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얼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해 6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를 인권 감시 차원에서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티베트인들의 분신 저항 중심지인 쓰촨(四川)성의 아바현도 찾아갔다. 로크 대사는 미 CNN에도 출연, 티베트 정책의 재고를 촉구했다. 이에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면서 반발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시를 방문, 신장대학에서 강연했다. 주중 미 대사가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찾은 것은 20여년만에 처음이다. 공교롭게 그가 방문하기 직전 인근 카스(喀什·카슈가르)지구 바추(巴楚)현 써리부야(色力布亞)진에서는 경찰과 공무원 15명 및 위구르인 테러 조직원 6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로크 대사는 또 지난해 4월 시각장애 인권운동가인 천광청(陳光誠) 변호사가 산둥(山東)성 자택을 탈출, 베이징(北京)의 미국 대사관으로 진입하는 과정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천 변호사를 실은 차가 중국 공안과 정보 당국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미 대사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로크 대사의 승용차였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중국측은 이에 격분, 주중 미 대사의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 스모그 도시의 악명을 씌운 것도 그다. 미 대사관이 독자적인 대기 오염도를 측정해 발표하며 그 심각성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1년 부임 당시 일등석이 아닌 일반석을 타고 온 것과 지방 여행을 할 때 서민들과 함께 어울린 모습도 권위적인 지도부만 봤던 중국인들에겐 충격이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미중 관계는 복잡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 지도자들이 이러한 차이를 잘 관리하고 협력을 강화해,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도움이 되도록 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끝맺었다. 로크 대사는 지난 12일 한 회의에서도 "미중이 협력할 때 풀지 못할 지구의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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