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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농익은 상상력, 극장가 장악한 웹툰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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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농익은 상상력, 극장가 장악한 웹툰에 도전하다

입력
2013.11.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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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설은 한국영화의 화수분 역할을 했다. 요즘도 인기 소설의 판권을 둘러싼 영화사들의 경쟁은 뜨겁다. 하지만 요즘 충무로의 주요 이야기 공급처는 웹툰이다. 문장과 영상의 농밀했던 관계는 영상을 흠모하는 그림과 영상의 근친적 만남에 권력을 넘겨줬다. 옴니버스 영화 '소설, 영화를 만나다'는 이런 시류를 거슬러 소설과 영화의 끈끈했던 친교를 복원하려 한다. 김영하의 단편 소설 3편이 원작이 됐다. 충무로의 신진 감독들이 각자의 영상 언어로 인기 소설가의 상상력을 해석했다. 지난 봄 열린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숏!숏!숏!' 프로젝트가 중매인 역할을 했다. 세 편 모두 각각 개성을 빛내며 소설과 영화의 만남을 자축한다.

동명 소설을 옮긴 '비상구'가 옴니버스의 문을 연다. 하루하루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청년 우현(한주완)과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그의 여자 친구(유소현)가 중심에 선다. 우현은 여자친구의 신체 주요 부위 주변에 문신으로 새겨진 비상구란 단어를 보고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여자 친구는 우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한 손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우현은 보복에 나선다. 청춘의 방황을 과감한 노출과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엄마는 창녀다'와 '아빠는 개다' 등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었던 이상우 감독이 연출했다.

'비상구'의 바통은 'THE BODY'가 이어받는다. 흑백 영상으로 꾸며진 이 영화는 단편의 존재 가치를 새삼 웅변한다. 영화에 쓰일 시체 소품을 준비한 부부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들을 방문한 영화감독을 매개로 삶의 황량하면서도 종국엔 따스한 풍경을 전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해변, 배우를 향해 눈을 뜨는 시체 소품, 음산한 음악 등이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빚어내지만 기이하게도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영화 '기담'의 원작 시나리오를 쓴 박진성, 영화음악 감독 출신 박진석 감독의 공동 작품. 두 감독은 형제다. 김영하의 단편 '마지막 손님'이 원작이다.

'소설, 영화를 만나다'의 마지막은 '번개와 춤을'(원작 '피뢰침')이 장식한다. 어렸을 적 번개를 맞은 뒤로 시계를 보면 요의를 견딜 수 없는 미정(김서형)의 기이한 체험이 밑그림이다. 번개 맞은 사람들의 인터넷 모임에 가입했다가 모임의 회장과 번개 탐사 여행에 나서는 미정의 모험이 흥미를 돋운다. '팔월의 일요일들'로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이진우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다.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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