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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란 장르만 단지 빌려왔을 뿐… 위안부의 실제, 다큐에 가깝게 전달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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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란 장르만 단지 빌려왔을 뿐… 위안부의 실제, 다큐에 가깝게 전달 노력"

입력
2013.11.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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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연극이 아닙니다."

서울시극단이 내달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리는 연극 '봉선화'를 연출한 구태환(41)씨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단지 장르만 빌려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세대를 거쳐 유전되고,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 수 있음을 100분여 동안 무대 언어로 옮겨놓은 연극이다. 하지만 연출가는 끝내 '연극이 아님'을 강조한다. '봉선화'의 대본 작가는 1982년 소설 를 펴내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끄집어냈던 윤정모(67)씨다. 자신의 소설을 4개월에 걸쳐 희곡으로 다시 썼다. 윤씨도 "가상이 아닌 실제 이미지로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거운 진실, 모두가 아닌 누군가의 상처라 여겨왔던 위안부 문제를 모두와 공유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도구는 연극이면서 연극이 아닌, 다큐멘터리다.

'봉선화'는 위안부의 상처가 2세대에 어떻게 전해졌는지를 조명하는 데 그쳤던 원작 소설과 달리 3세대까지로 시각을 넓혔다. 위안부와 일본 징용군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대학 학장(강신구)의 딸(최나라)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숨겨온 아픈 과거를 알아내고,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이재희)를 찾아내는 드라마를 한 편의 추리극처럼 풀어냈다. 구씨는 "위안부의 아픔은 우리 세대에 그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위안부 이야기를 할 때 분노를 앞세웠다면 이번 작품은 할머니들이 떳떳한 피해자임을,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억울한 역사임을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봉선화'는 학장이 어머니의 과거 때문에 고통을 받은 피해자이며 동시에 그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가해자로 작용했고, 3세대인 딸에게도 아픔의 그늘이 드리워진 모습을 여러 자료에 기반해 그려낸다. 문학인 가운데 위안부 문제를 가장 오래 천착한 윤씨의 수많은 취재물과 경험이 용해된 작품이다. 극을 채우는 위안부 관련 영상 자료와 사진 등은 이 연극이 허구가 아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연출가의 말에 힘을 보탠다.

윤씨는 "원작 출간 후 30여 년이 지나 갑자기 위안부 문제를 재조명한 것이 아니며 독일, 중국, 미국 어디든 부르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 취재를 해왔다"며 "세대를 이어가는 아픔을 표현하면서 분노를 앞세우지 않는 대본을 만들기 위해 꽤 고생을 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학장 딸이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면서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봉선화 물을 들이고 댕기를 사러 다니다 일본군에 잡혀 필리핀으로 끌려간 소녀들. 이들이 어떻게 짓밟히고,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를 배우들의 군무와 성폭력을 기호화한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구씨는 "다양한 이미지를 창조해 관객이 더 많은 상상을 하도록 해서 연극이라는 가상과 역사라는 실체의 간극이 최대한 좁아지도록 이끌었다"며 "관객이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의 변화를 끌어낸다면 이 연극의 소명을 다 이룬 셈"이라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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