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은행 이름에 언젠가부터 영어 약자가 쓰이기 시작했다. 국민은행(Kookmin BankㆍKB)을 필두로 농협을 NH, 새마을금고도 'MG새마을금고'로 CI를 사용 중이다. 'The Saemaeul finance firm'이나 'Korean Federation of Community Credit Cooperative' 같은 명칭 대신 줄여 부르는 것이 나쁠 것이야 없지만 영문 명칭에서 전달 과정에서 조심할 요소는 상당히 많다.
LG가 초기에는 금성전기의 GoldStar, Lucky Goldstar를 LG로 했다가 외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지 못하자 기존의 LG에 맞는 영어 내용을 'Life is Good'이라는 영어 표현을 갖다 쓰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국내 모델 K9이 미국에서는 K900으로 부르기로 한 배경에는 K9은 발음상 canine(개과 동물의)라는 말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바꾼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미 소개했던 대로 기아라는 회사 명칭을 누군가 CI이미지 작업하면서 KIA라는 로고를 채택한 것인데 이는 이미 영어에 있는 'KIA=Killed In Action'(전쟁 중 사망)라는 말을 연상시킬 뿐이다. Ford 자동차처럼 단어식 표기를 하여 Kia로 표기한다면 이러한 오해와 혼동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미국의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이라는 회사 이름이 이탈리아에 소개됐을 때 현지에서는 마피아 영화를 통해 'Italian Business Men'(이탈리아의 사업가)으로 불린 적이 있고 IBM내부에서 부서간 이동이 많아지자 어느 직원은 'I've Been Moved'(또 부서를 이동했습니다)라고 익살스럽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의 FORD자동차는 고장이 많았던 시기에 'Fix Or Repair Daily'(매일 고쳐야 하는 차)로 조롱 당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첫 글자를 놓고 삼행시 사행시를 만들듯 영어에서도 약칭의 의미를 자기들 맘대로 풀어 유머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 다반사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참고해야 할 대목이 바로 UN이다. UN으로 불리는 '국제연합'이 사실은 'United Nations Organization' 즉 UNO였는데 발음상 좋지 않아 UN으로 줄여 부르게 됐다. UNO는 젊은 층에서 'You Know'를 줄여 표기하기도 하고 UNO는 수십 가지 다른 말의 줄임말로도 쓰이고 있어 혼동의 여지가 많았다. 줄임말과 약자는 기억의 효과를 위한 것이지만 국제화 시대에는 다문화적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이러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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