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는 한국 마라톤의 북방한계선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최경열(55ㆍ한국전력 마라톤 감독) 전무이사가 19일 연맹회의실에서 기자와 만나 제59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 코스가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 아래 민간인통제구역인 도라산 CIQ까지 연장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전무는 “지난해 최북단 유턴지점인 파주 군내삼거리에서 늘어난 거리가 불과 2.3㎞로 10분이면 금방 뛰어갔다 올 수 있지만 올해 경부역전마라톤의 CIQ행은 개성~평양~신의주까지 쭉쭉 뻗어나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시도를 대표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민통선을 넘어 CIQ까지 뛰는 것은 일반인들의 축제인 마스터스 대회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며 “6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북녘 땅까지 지평을 넓히도록 체육계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로 육상인 최윤칠(86), 강방원(85)옹도 1954년 한국일보 장기영 창간사주를 찾아가 대회 창설을 권유한 일화를 소개하며 “경부역전마라톤은 한국 육상의 국보급 문화재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올해로 59년의 성상(星霜)이 쌓인 경부역전마라톤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남과 북이 비록 허리가 잘린 분단 상태이지만 적어도 마라톤에서만큼은 하나가 되자는 의미다. 신의주 출신의 손기정과 삼척 출신 황영조가 아시아 남자선수론 ‘유이’하게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상징성도 있다. 각 시도 대표선수들이 어깨 끈을 이어받아 일주일 동안 국토를 종단하는 경부역전마라톤은 그 동안 한국 육상 엘리트 선수들의 등용문이었다. 황영조, 이봉주 등 내로라하는 마라토너들이 모두 이 대회를 통해 뼈와 살을 다졌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학생부터 실업팀 선수까지 총 출전해 남녀 육상인들이 펼치는 향연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대회 최고령자는 강원 대표 이연락(36ㆍ한전), 최연소자는 대구의 하예빈(15)이다.
24일 출발총성을 울리는 올 경부역전마라톤은 부산이 출사표를 던져 대회 규모를 살찌웠다. 부산은 2002년 이후 대회에서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연맹 수뇌부에서 출발지인 부산의 출전을 적극 권유했고 성세환 부산육련회장의 결단으로 11년 만에 합류하게 됐다.
역대 최다인 통산 17회 정상에 오른 충북은 류지산(26ㆍ청주시청), 문정기(25ㆍ영동군청), 신현수(22ㆍ한전) 등이 건재해 대회 신기록 8연패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준우승에 머문 서울은 ‘젊은 피’ 유영훈(41ㆍ건국대)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분위기를 일신했다. 유감독은 강순(22), 노시환, 김학수(이상 21)를 비롯한 건국대 5인방을 투입해 전력을 배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도는 20일 가까이 합숙 훈련을 실시하는 등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경기도는 2005년을 마지막으로 경부역전마라톤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13년‘개근’중인 베테랑 김영진(30ㆍ삼성전자)과 이두행(32ㆍ고양시청) 그리고 2013 중앙서울마라톤과 서울국제10㎞스프린트 여자부 챔피언 박호선(27ㆍ삼성전자)이 주축이다. 오랜 부상터널에서 벗어난 염고은(19ㆍ삼성전자)과‘강원도의 힘’ 김도연(20ㆍ강원도청)의 자존심 대결도 관심이다.
김후진(47)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2회 연속 MVP에 선정된 백승호(23)와 김민(24ㆍ이상 삼성전자), 노장 박주영(35ㆍ한전), 김효수(28ㆍ경찰대)가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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