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드러운 캐릭터에 홀딱 반해 단번에 찜… 짐승돌은 잊어주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드러운 캐릭터에 홀딱 반해 단번에 찜… 짐승돌은 잊어주세요"

입력
2013.11.20 13:01
0 0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상대는 코디네이터와 헤어스타일리스트 등이었다. 인기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 속 건방진 가수와는 딴판이었다. 의자에 몸을 파묻고 귀찮은 듯 거만한 말을 던지기는커녕 선 자세로 또래 친구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흔하디 흔한 스타 의식은 찾기 힘들었다.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 옥택연(25)을 만났다. 그는 생애 첫 영화 '결혼 전야'(감독 홍지영)가 개봉(21일ㆍ15세 이상 관람 가)을 앞두고 있다. 포스터를 장식하는 인물치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그는 영화의 모든 것을 짊어진 듯 성실하게 질문에 응했다. 격렬한 춤과 남성미 넘치는 외모로 '짐승돌'이란 별칭을 얻었던 그는 '진지돌'이라 불리는 게 더 합당할 듯했다.

'결혼 전야'는 결혼을 눈앞에 둔 네 커플의 사연을 실타래 삼아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틀 안에 들어가기 전 머뭇거리고 상대를 의심하는 남녀들을 통해 웃음과 동감을 자아내려 한다. 옥택연은 다른 남자와 돌발적인 사랑에 빠지는 여인 소미(이연희)의 약혼자 원철을 연기했다. 결혼 앞에서 흔들리는 오랜 연인을 무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속절없이 부드러운 요리사다. 무대 위 야성적인 아이돌 가수의 모습과는 영 거리가 멀다.

"시나리오 속 배역이 딱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출연 의도를 애써 감추지 않았다. "무대 위 짐승돌 이미지를 연기에서까지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첫 영화로 '결혼 전야'를 선택한 이유다. 그는 "영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촬영 기간 내내 정신이 없었다. 큰 화면으로 제 모습을 보니 아쉽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다"며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 감상을 전했다. 홍조 띤 그의 얼굴엔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는 자문과 다음을 기약하는 승부욕이 어른거렸다.

노래와 영화를 뛰어넘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작곡과 작사, 영화 연출과 무대 연출 등 엔터테인먼트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방면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진정한 엔터테이너 아니겠냐"는 반문을 곁들였다. 이 진지한 욕심쟁이는 패기 넘치는 인생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뮤지컬은 발성과 울림이 보통 노래와 다르다. 도전하고 싶지만 겁도 난다"고도 했다.

이제 막 연기 인생을 시작한 그는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는 양날의 칼을 쥔 꼴"이라고 비유했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등에 업고 좀 더 수월하게 배우 입문이 가능하지만 그 인기가 되려 연기 생활에선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그런 상황은 결국 개개인이 극복해야 한다. 연기를 잘해서 (출신 배경이 오직 강점으로 작용하는)한날의 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의 잇따른 충무로 진출에 대해선 "선의의 경쟁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PM이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일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재충전을 할 짬도 없는 그에게 연애할 시간은 있냐고 물었다. 헛웃음을 치다 침을 잘못 삼킨 그는 격하게 기침을 했다. 이어서 쓴 웃음과 함께 나온 말. "좀 슬퍼지네요. 갑자기…."

아이돌 그룹의 유통 기한은 상대적으로 짧다. 2PM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는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보통 5년이라 하는데 우리는 그 시기를 넘겼다. 10년 뒤에는 가끔 즐겁게 앨범을 내면서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청년 꽤 성숙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