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 라면은 약이다. 적어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인 수녀들에게는 그렇다. 이들은 말라리아에 걸리면 약과 함께 고국에서 온 라면을 끓여 먹는다.
1997년부터 중앙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 조정화(59) 수녀는 17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선교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를 방문해 “라면은 수녀들에게 약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밀림에서 봉사하다 보면 말라리아에 감기만큼 자주 걸리는데 그때마다 수녀들은 라면을 약으로 먹는다는 것. 다른 수녀들도 “밍밍한 현지 음식 대신 매운 라면을 먹고 담을 뻘뻘 흘리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라면은 현지인들에겐 꿈에 그리는 음식이다. 조 수녀는 아직도 수년전 중앙아프리카 보삼벨레 지역 의료시설에서 임종한 에이즈 환자를 기억한다. 그가 마지막 소원이 라면을 먹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 수녀가 ‘무엇을 하면 가장 좋겠느냐?’고 묻자 “코리안 수프(라면)를 먹고 싶다”고 했다. 조 수녀는 ‘약’으로 쓰려고 아꼈던 라면 2개중 하나를 끓여줬고, 라면을 절반쯤 먹은 환자는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숨졌다.
사방이 인접국가로 둘러싸인 내륙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가에서 라면은 비싼 항공우편만으로 배송되는 ‘귀하신 몸’이다. 요하네스버그 한인천주교회는 이번 모임에 참여한 한국인 성직자 40여명에게 라면 한 상자씩을 선물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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