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주일 미국대사로 부임한 캐럴라인 케네디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뜨겁다. 사망 50주기(22일)를 앞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자 빼어난 미모를 지닌 최초의 여성 주일 미국대사라는 점이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정치권은 케네디 대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냉랭해진 한일ㆍ중일관계를 해소하는 메신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케네디 대사는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오찬을 함께 하는 것으로 외교관 임무를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대사의 부임을 계기로 미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고 케네디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동맹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일본 언론은 “총리가 일본 도착 닷새 밖에 안된 외국 대사를 관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케네디 대사는 15일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환영 인파에 파묻히는 등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일에는 아키히토 일왕에게 신임장을 전달하기 위해 왕실이 제공한 마차에 올랐는데 이 광경이 일부 방송으로 생중계됐고 20일자 일본 신문도 대부분 이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일본에서는 대사가 신임장 제정을 위해 왕궁을 방문할 때 승용차나 마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6월 취임한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도 마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시민 수 천명이 마차 행렬을 구경한 것은 케네디 대사 말고는 매우 드문 일이다.
케네디 대사는 “아름다운 일본에 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라고 트위터에 부임 소감을 올렸다. 트위터 프로필에는 ‘아내, 엄마, 작가, 변호사, 인권변호사, 사탕을 좋아함’이라고 일본어로 적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스삭스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선수 우에하라 고지의 선전을 바라며 ‘레드삭스팬(우에하라 힘내라!)’이라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 이 트위터는 20일 오후 3시 현재 3만여명이 팔로어를 등록했다. 일본 언론은 케네디 대사가 신혼여행 당시 교토와 나라를 방문했고 아버지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려다 저격됐다며 일본과의 연관성도 전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세력은 케네디 대사가 오바마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면서 그가 일본을 대신해 한국과 중국을 압박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케네디 대사의 왕실 마차 행렬은 미일동맹 연결고리의 상징을 보여준 것으로,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충격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그의 대사 취임을 계기로 한국이 대일의식을 재검토해 한미일 3국동맹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인권변호사 출신인 케네디 대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엄격한 목소리를 낼 경우 일본이 궁지로 몰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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