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첫날인 19일 국회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 뒤 발생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담당 직원 간 몸싸움 여파로 온종일 몸살을 앓았다.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불만과 청와대의 법적 대응 거론에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비롯된 '감정싸움'의 불똥이 대정부질문으로 튄 것이다.
파행 조짐은 대정부질문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대정부질문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전날 몸싸움과 관련해 청와대의 과잉 경호를 성토하고 국회 차원의 유감 표명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이에 전병헌 원내대표가 강창희 국회의장을 찾아가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예정보다 1시간 20분 가량 늦은 오전 11시20분쯤 개회됐다. 여야 각 1명씩만 대정부질문을 하고 오전 일정이 끝났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여야 각 6명씩 12명이 예정돼 있었다.
강 의장은 오후 2시 본회의를 재개하면서 "어떤 경위에서든 국회 관내에서 현역 의원이 물리적인 제재를 받았다면 잘못된 일"이라면서 "국회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는 민주당의 반발은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으로 '설전'이 벌어지면서 본회의장에는 고성이 난무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경호담당 직원이 차량에서 뛰어내려 강 의원의 목을 치고 뒷덜미를 끌었음에도 청와대는 강 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며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강 의원은 2010년에도 국회의원 간 폭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 있다"며 "강 의원이 경호담당 직원의 멱살을 잡고 구타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현장을 보지 못했으면 말하지 마" "그만 내려와"라고 소리쳤고, 이 의원은 강 의장의 발언 중지 요청에도 "내가 잘못한 걸 왜 남에게 묻나(뒤집어씌우나)"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발언대 앞까지 나와 항의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결국 민주당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정회됐다. 오후 본회의 개의 1시간 만이다. 마침 방한 중인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즈 대통령이 방청석에서 본회의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황당한 표정으로 본회의장과 본청 내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속개 소식을 기다려야만 했다.
민주당은 퇴장 이후 긴급 의총을 열어 이 의원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해 동료의원을 폭행범으로 몰았다"며 새누리당의 사과 없이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새누리당에 전달했다. 결국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대정부질문은 정회 2시간여 만인 오후 5시5분쯤 속개됐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속개된 회의에서 "국회 경내에서 일어난 강 의원에 대한 과도한 물리적 제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사안에 대한 발언으로 본회의가 정회돼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통상 오후 6시쯤 끝나는 대정부 질문은 이날 오후 8시2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이날 국회 추태는 새누리당으로부터 '양특'(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을 얻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전술적 측면과 감정적 대응, 새누리당의 의도적 도발이 맞물려 빚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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