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주요 선진국의 최근 5년간 전기 소비 증가율을 보면 일본 -4.6%, 미국-1.9%, 독일 -2.7% 등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8년 4.5%→2010년 10.1%→2012년 2.5%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5년간 누적 증가율은 19.3%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중 전기비중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2006년 미래 에너지수급계획을 짜면서 정부는 2030년 전체 에너지에서 전기의 비중을 21%로 예측했으나, 지난해 이미 19%에 도달했다. 20년 가까이 빠른 증가세다. 이 같은 전기사용과다가 결국 매년 여름과 겨울에 반복되는 전력대란의 한 원인이라는 게 전력당국의 인식이다.
정부는 전기 과다사용이 일차적으로 '싼 요금'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기가 원가 이하로 판매되다 보니, 전기를 마구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천문학적 누적적자는 전기가 원가 이하로 공급된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 같은 전제에 입각한 전기료 인상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인상시기가 너무 잦다. 실제로 2011년8월 이후 다섯 차례, 평균 5~6개월에 한번씩 전기료가 오르고 있다.
둘째, 전력대란이 과연 국민들의 전기과소비 때문만이냐는 점. 전기료가 싸고 전기사용이 과다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정부의 수급예측실패와 공급실패 역시 중요한 원인이란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든 중요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을 1년에 두 번씩이나 올리는 건 정부가 수급예측을 잘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의 비리와 잦은 고장 때문에 원전이 멈춰서고 이로 인한 전력공백이 여름철 대정전위기를 초래한 점을 감안하면, 계속된 요금인상은 정부실패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밖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소비구조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 외에 세율조정도 병행했다. 사실 과거 고도성장을 위해 정부가 전기를 값싸게 제공하는 정책을 쓰다 보니 1차 에너지인 석유제품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가격이 더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 한 당국자는 "가격왜곡 때문에 농촌 비닐하우스에서 석유난로 대신 전기로 난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요금인상을 통해 전기가격은 올리는 한편 세율인하를 통해 LNG와 등유 프로판 등의 가격은 낮췄다.
하지만 요금인상과 세율조정만으로는 근본적 문제해결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LNG나 등유 등의 세금을 더 낮춰야 전기수요가 그쪽으로 바뀔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또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기술혁신을 통해 에너지활용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에너지분야 전문가는 "요금인상만 반복해선 국민반발만 부추기고 만다"며 "새로운 에너지투자를 위한 좀 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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