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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가 '문제아'들을 폭력에서 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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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가 '문제아'들을 폭력에서 건졌어요"

입력
2013.11.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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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1시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대서중 대강당. 학교 축제날인 이날 17명의 재학생들이 영국 록그룹 퀸(Queen)의 '위윌락유(We Will Rock You)' 음악에 맞춰 흥겹게 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프로 연주자의 세련된 공연은 아니지만 에너지만은 그들에 못지않은 열정적 난타 공연에 강당을 메운 1,500여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5분여의 공연이 끝나자 연주를 했던 학생들도 스스로가 뿌듯한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난타공연을 벌인 학생들은 모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와 선도위원회의 징계조치를 최소한 한 번 이상 받은 소위 문제아들이었다. 2학년 H군은 1학년 때 세 차례 오토바이와 휴대폰을 훔쳤고, 같은 학년 J군은 친구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기절놀이'로 두 차례 징계를 받았다. 이런 문제아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펼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은 100일의 연습 끝에 무대에 올랐고, 서툰 솜씨지만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폭력학교로 지목받은 대서중이 음악치료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공연기획사인 '떼아뜨르 분도'가 대구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타악기 연주로 청소년들의 심리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함께 리듬을 맞추는 연주를 통해 성취감과 협동심도 맛보도록 했다.

처음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교사들로부터 추천받은 폭력학생이 50명이나 됐지만 하나 둘 빠지기 시작했다. 악기도 칼로 그어버리기 일쑤였다. 악보 보는 법도 모르는 학생들이다보니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정예 멤버가 17명으로 좁혀지자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들 중 단 한명도 사고를 치지 않은 것은 물론 더러는 음악의 매력에, 더러는 놀이 및 여가문화에 대해 눈을 뜨게됐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절도로 징계받은 3학년 S군은 "난타연습을 하다 보니 딴 생각이 안 들더라"며 "중도탈락한 친구들에게도 음악을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서중은 지난해 1월 교육부의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대구지역 중학교 중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하다는 불명예를 얻은 학교다. 그후 교사와 학생이 하루에 10명 이상과 10번 이상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에브리데이 10ㆍ10 캠페인', 만날 때마다 서로 안아주는 '프리 허그' 등을 하면서 같은해 11월 학교폭력 예방에 가장 큰 성과를 낸 학교 중 하나로 꼽혔다.

글ㆍ사진=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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