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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투톱, 이집트 해법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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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투톱, 이집트 해법 엇박자

입력
2013.11.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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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중동일까 아프리카일까. 미국이 이집트 정책을 놓고 최근 혼란을 빚고 있는 과정에서 제기된 질문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외교 정책은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가 주무 부서다. 그런데 두 부서의 책임자인 수전 라이스 NSC 보좌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집트 정책을 놓고 충돌했다고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교롭게 라이스는 아프리카 전문가로, 케리는 중동 전문가로 분류된다.

라이스는 케리가 3일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군부에 의해 7월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해 강경하게 발언함으로써 이집트 군부에 경각심을 일깨울 것을 요구했으나 케리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케리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라이스의 요구와 달리 이집트의 민주화 로드맵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며 과도정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무르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라이스는 케리와 정반대로 이집트 군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공개, 갈등을 노출시켰다. 라이스는 13일 아스펜연구소 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이집트가 폭력을 배제하고 민주정부로 돌아가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케리의 발언과 거리를 두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갈등도 수개월 동안 안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집트 군사 지원 유지를, 백악관은 지원 중단을 각각 주장하면서 충돌했다.

오바마 정부의 두 외교 책임자가 대립하는 것은 이집트 접근법과 관련한 근본적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라이스는 유엔 대사 등을 거치며 아프리카 현안을 담당했고 인권 신장과 민주화 등을 정책의 중심에 둬 공격적인 진보주의자로 불린다. 반면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의 케리는 중동의 역학관계를 중시하는 현실파로 경제적 접근과 대화를 선호한다. 라이스 입장에서 '아프리카 이집트'의 군부가 무르시 정부를 뒤집은 것은 쿠데타일 수 있지만 케리 관점에서 '중동 이집트'의 군부는 미국의 중동정책을 풀어가기 위해 인정하고 끌어안아야 할 세력이다.

그러나 비록 두 사람의 견해가 다를 수는 있어도 갈등까지 공개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사태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백악관이 결정하고 국무부가 실행하는 점에 비춰 케리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으며 백악관과 국무부의 내부 갈등과 혼선이 오바마 정부의 이집트 대응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비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집트도 워싱턴의 서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받고 미국의 정책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의 이집트 정책이 장기 전략 없는 즉흥 조치에 불과하다고 깎아 내리고 있다.

이런 갈등을 대내외적으로 정리할 위치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이집트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교 현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발언은 케리의 현실주의 외교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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