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관 인근에서 19일(현지시간)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이란 외교관 등 최소 23명이 숨지고 146명이 부상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전 개입 철회를 요구하며 수니파 조직이 일으킨 테러로 보인다. 이란과 긴밀한 관계인 헤즈볼라는 올해 5월 시리아 내전 개입을 선언하고 같은 시아파 계열인 알 아사드 정권을 도와 수니파 반군과 교전하고 있다.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이날 10시15분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자나 구역에 있는 이란 대사관 부근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베이루트 남부는 헤즈볼라의 본거지다. AFP통신은 레바논 보안당국 관리를 인용해 "오토바이와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잇따라 터졌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대사관 정문이 뜯겨나가고 3층 규모인 대사관 건물 일부가 파손됐으며 대사관 맞은편 건물 최소 4채도 전면부가 크게 손상됐다.
사망자 중에는 이란 문화 담당 외교관 이브라함 안사리가 포함됐다. 지난달 부임한 그는 대사관으로 들어가던 길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란 대사관은 "대사관 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밝혔다.
국제적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수니파 무장조직 압둘라 아잠 여단은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 수니파의 두 영웅이 수행한 순교 작전"이라며 이번 사건이 자신들이 기획한 자살 폭탄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이란 편에 선 정당(헤즈볼라)이 시리아에서 철수하고 레바논에 수감된 우리 동료들이 석방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인접국 시리아의 내전 발발 이후 레바논에서 급증하고 있는 종파 간 유혈충돌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대도시로 번지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전 개입 선언 이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지역에서 7월과 8월 차량폭탄 테러로 모두 27명이 숨졌다. 제2도시 트리폴리에서도 8월 수니파 사원을 겨냥한 연쇄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나 47명이 숨졌다.
이란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에 고용된 용병들이 저지른 비인도적 범행"라며 이스라엘이 테러 배후라고 주장했다. 시리아는 "이란 대사관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