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의 몸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비트코인은 미국 의회 상원 청문회에 불려나간데다 세계 최대 중앙은행의 수장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부터 새로운 합법적 통화수단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그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년 전 20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이 올해 4월 266달러까지 올랐다가 미 상원 청문회가 비트코인을 안건으로 다룬 18일에는 7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19일에는 800달러대로 올라 조만간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서 톰 카퍼 국토안보위원장이 최근 정부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불법 약품 거래를 해온 온라인업체 실크로드를 폐쇄한 것을 평가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해 무기를 거래하고 아동포르노를 팔며 살인청부 거래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상원에 보낸 서면 보고를 통해 "비트코인이 법 집행과 관리감독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불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도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긍정적 전망이 나오자 비트코인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청문회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가상통화를 넘어 실질통화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중국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상화폐다.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란 정체 불명의 개발자가 선보인 후 남다른 편의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비트코인을 지급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온라인 장터가 비트코인을 돈처럼 받고 있고 캐나다 밴쿠버에선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자동화기기(ATM)가 등장하기도 했다. 독일은 8월에 비트코인을 개인 거래에 쓰이는 통화로 공식 인정했다. 한국에는 비트코인을 쓰는 상점이나 인터넷 사이트가 아직 없지만 해외 사이트 구매나 소액송금 등을 목적으로 하루 평균 3억원 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인이 따로 없고 현금과의 교환비율도 거래소에서 그날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 총량이 정해진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2,100만개로 발행량이 묶여있다. 현재 발행된 비트코인은 통화 제한량의 57%인 1,200만개로 총 시가는 77억달러(8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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