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담당하던 보육원생을 폭행한 후 야산에 묻고,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지도교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피해학생의 부모가 해당 교사와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이 고려됐고, 성추행은 교사가 피해자들과 화해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서울고법 형사합의8부(부장 이규진)는 폭행 및 13세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기 양주시 H보육원 생활지도교사 이모(34)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와 함께 원생 폭행에 가담한 동료교사 유모(34)씨에게도 징역 1년6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 했다.
이씨는 올해 4월 도벽이 있는 보육원생 A(12)군을 혼내주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A군을 보육원 건물 옆 야산으로 끌고 가 마대자루 등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수 십 차례 때린 뒤 삽으로 땅을 파 A군의 얼굴을 제외한 몸을 묻고 약 30분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은 산에서 내려온 뒤에도 보육원 건물로 끌려가 지도교사들에게 나무몽둥이로 맞았다. 이씨는 또 올해 3월부터 4차례에 걸쳐 숙소 침대에 누워 있는 A군 등의 성기를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A군의 충격이 매우 커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신상정보 공개 3년을 함께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군 측이 이씨 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7개월간 구금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A군 부모와 합의해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피해자들에게 과도한 훈육방법을 사용한 일에 대해 화해하려는 의도에서 일어난 것으로 인정된다"며 "피해자들과 더 친근해 지려는 의도가 지나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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