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새벽 1시 대구 수성구 황금동 대구시약사회관 별관에 입점한 '심야약국'. 50대 남성이 불쑥 "아내가 밤이 되자 오한과 근육통 등 심한 감기몸살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약국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구 대봉동에 사는 그는 약봉투를 받아든 뒤 "한밤중에 문을 연 약국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올 8월 문을 연 대구 유일의 심야약국이 한밤중 대구시민의 응급약품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매일 오후10시∼이튿날 오전6시 8시간씩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이 약국은 고열과 토사곽란(갑자기 토하고, 설사하며 심한 고통이 따르는 위장병), 두드러기 등 심야에 응급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대구시약사회가 공공약국으로 개설한 곳이다.
심야약국 운영은 박재근(34) 약사가 맡고 있다. 3년 계약에 임대료와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야간 운영이다 보니 일반약국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주위의 만류를 뒤로 하고 심야약국 운영에 나선 박 약사는 "개인적으로 약사가 되기 전 심야에 약국문을 두드려본 경험이 있다"며 "이런 시민 불편을 잘 알고 있기에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해 심야약국 운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8∼10월 3개월간 이 약국에는 3,869명이 방문했고, 432명이 전화상담을 했다. 새벽 1시 이후에도 한 시간에 서너명의 이용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은 환자와 가족들의 "고맙다"라는 한마디다. 대구시민들은 물론이고 경산과 칠곡, 심지어 구미에서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그는 "약사 개인 차원에서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게 심야약국이지만, 약국의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의 입을 통해 체감하고 있다"며 "시민 편의를 위해 앞으로 대구에 3곳 정도는 더 심야약국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건강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현재로서는 별 이상 없다는 게 박 약사의 설명이다. 오히려 어린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간약국 때보다 늘어 가정생활 측면에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웃었다. 그는 "건강하고 팔팔한 30대이다 보니 심야약국 운영도 가능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심야약국은 젊은 약사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약사회는 공휴일의 약국 공백을 방지키 위해 365일 문을 여는 '365약국'도 8월부터 7개 구에 각 1개씩 지정, 운영하고 있다. 그간 약국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휴일지킴이약국(당번약국제)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365약국 또한 심야약국과 같이 대구시약사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공약국이다. 3개월간 365약국에도 2만3,895명이 방문했고, 1,062명이 전화로 상담했다.
서구지역 365약국인 효성약국의 민선희(37ㆍ여) 약사는 "당번약국제가 추석 등 명절에는 잘 운영되지 않아 시민불편이 컸다"면서 "이윤 바라면서 매일 약국문을 열지는 못하고 시민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365약국은 효성약국과 중구 대하약국, 북구 형우당약국, 동구 참사랑약국, 남구 대명동산약국, 수성구 영원약국, 달서구 신애약국이다.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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