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서울 구로구의 한 커피숍에서 여주인(55)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에 남은 유일한 증거는 희미한 유류지문(遺留指紋). 유류지문은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이다. 그러나 당시 이 지문과 일치하는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증거들이 부족해 결국 이 사건은 미제사건파일로 들어갔다.
공소시효(15년) 만료 2년여를 남긴 올해 5월 서울 구로경찰서는 여주인 살해범 고모(40)씨 검거에 성공했다. 결정적 증거는 13년 전 제 역할을 못한 지문. 당시만 해도 고씨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 지문이 선명하지 않아 검색 프로그램이 인식하지 못했지만 원본 데이터베이스(DB) 개선작업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은 기존 주민증 발급신청서 4,000여만매에 찍힌 지문 4억여개의 해상도와 선명도를 높이는 작업을 2009년까지 3년간 진행했다.
경찰이 개선된 지문 DB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중요 미제사건 해결에 돌입했다. 경찰청은 내년 2월 17일까지 미제로 남은 살인 강도 성폭행 등 사건 현장에서 얻은 305건의 유류지문을 집중 재검색한다고 18일 밝혔다.
살인은 1999년 이후 발생한 29건, 강도는 2004년 이후 105건이다. 강도강간(35건) 강간(67건) 등도 2004년 이후 발생한 사건들이 대상이다.
재검색은 지문감정 경력 10년 이상인 전문감정관 4명이 전담한다. 이들은 중요사건 이외에 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나 경찰서에서 요청한 절도 등 기타 사건에 대해서도 재검색을 시도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문 DB 개선 작업이 끝난 직후인 2010년부터 최근까지 지문 검색으로 194건의 미제 사건을 해결했다. 최근 지문검색시스템(AFIS) 성능도 업그레이드돼 집중 재검색이 미제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동과 여성 대상 성폭력 사건은 끝까지 재검색해서 범인을 잡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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