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소속 헬기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충돌사고 본격 조사 첫날인 18일 관계당국의 업무가 공전했다. 사고는 16일 발생했지만 주말이 겹쳐 본격적인 조사는 이날 시작해야 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조사와 수습의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함에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사고 관련 보고를 하느라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업무를 해야 할 장관 이하 고위직 대부분이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몰려간 것이다. 더구나 여야 대치로 회의가 무산되면서 의원실을 일일이 찾아 다녀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의 전화는 쏟아지는데 사고 상황반 담당자들이 국회 보고를 위해 종일 자리를 비워 곤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날 회의에선 항공 관련 법안 처리가 예정돼 있었지만, 회의가 아예 열리지 않아 성과 없이 하루를 보냈다. 사고 조사의 컨트롤타워 국토부와 조사위 상임위원이 모두 조사 첫날을 헛되게 보낸 것이다.
서울지방항공청 사고수습본부도 국토부의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수습본부 관계자는 블랙박스 분석 과정에 관한 문의는 조사위로, 사고 헬기의 실제 비행 추정경로에 관한 문의는 국토부로 미뤘다.
사고 헬기가 악천후 속에서 항로를 이탈하고, 아파트에 충돌할 정도로 고도를 낮춘 이유, 정확한 비행경로 등 풀어야 할 의문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와 관계당국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한 항공 전문가는 "한창 바쁘게 움직여야 할 주요 책임자들을 국회로 부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리 정확한 지침을 마련해 산하 기관들이 계획적으로 업무를 하도록 준비하지 못한 국토부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소형 항공기나 헬기 사고는 지방항공청, 국적 항공기 등 대형 사고는 국토부가 주축이 돼 대응하는데 이번에는 국토부와 지방항공청이 같이 관여해 업무 관계가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 헬기가 잠실로 향하게 된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고 당일 숨진 헬기 기장 박인규씨와 소속 LG전자 사이의 통화내역을 분석 중이다. 박 기장의 아들이 "아버지는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했다"고 주장한 것을 토대로 LG전자가 비행을 무리하게 강행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아울러 사고 헬기의 운항일지를 확보해 비행계획, 탑승인원, 당시 상황 등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