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될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핵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협상 타결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P5+1 회원국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프랑스가 네 가지 합의 조건을 이란에 제시하며 이스라엘을 거들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기존 요구를 철회할 수 있다는 양보안을 내놓는 등 핵협상을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방송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은 이란이 경제 마비로 핵개발 포기에 임박한 상황에서 제재를 풀어주겠다는 나쁜 거래"라며 "이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려면 제재 강화가 올바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미국 의회를 향해 "이란은 당파적 현안이 아니다"라며 추가 제재를 요청, 의회에 제재 보류를 요청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그는 또 "이란 제재 완화라는 외교적 해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원치 않는 군사적 해법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재차 이란 핵시설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의 측근인 야코프 아미드로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는 필요할 경우 이란을 단독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을 것"이라며 "자위권 행사엔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P5+1 국가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17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했고, 20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2일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올랑드는 네타냐후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이란 핵협상 합의에 찬성하지만 조건이 있다"며 ▲모든 핵시설에 대한 국제적 감시 ▲농도 20%의 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기존 우라늄 비축분 감축 ▲아라크 중수로 건설 중단을 이란에 요구했다. 양보 없는 협상을 예고한 셈이다. 올랑드는 "이란의 핵개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네타냐후는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라며 화답했다.
한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7일 "국제사회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한을 공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 권한은 이란을 포함한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의 자명한 권리인 만큼 따로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명목상 논리이지만, 실제로는 이란이 협상의 주요 쟁점이던 우라늄 농축권 인정 요구를 접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방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농축권 인정을 거부해왔다.
협상 당사국에서는 낙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8일에 열렸던 직전 협상에서 근본적 의견 차이가 해소됐다고 평가하며 "핵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핵협상에서 할 일은 합의안을 외교용어로 정확히 정리해 공동합의문을 만드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을 추가적 조건을 걸어서는 안된다"며 프랑스를 견제했다. CNN방송도 이날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P5+1 국가들이 의견 접근을 이룬 만큼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