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아들을 25년째 돌보던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질러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18일 오전 1시37분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김모(55)씨의 집에서 불이 났다. 120 ㎡ 규모의 슬레이트 단층집과 가재도구를 모두 태운 채 불은 1시간 20분 만에 꺼졌지만 이 불로 김씨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둘째 아들(31)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시신은 식물인간 상태인 둘째 아들이 누워 있던 작은 방에서 발견됐다. 김씨는 불을 지르기 전 집 앞에 세워둔 차 안에 "아들아 잘 보살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유서 형식의 글을 남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전날 낮 아내와 둘째 아들 문제로 말다툼을 했고 아내가 200㎙쯤 떨어진 큰 아들 아파트로 건너가 잠을 자는 사이 불을 질렀다. 김씨는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둘째 아들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것은 아들의 나이가 여섯 살 때인 1988년. 집 앞에서 놀던 아들은 대형 화물차에 치여 5년 간 병원치료를 받았으나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다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김씨는 가스통 배달로 생계를 꾸려 오면서 25년간 둘째 아들을 정성으로 보살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말벗이 돼 주고, 대·소변을 받아냈다. 헌신적인 사랑은 그러나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 아버지와 아들은 꼭 껴안은 채 숨져 있었다" 며"소방관들이 불을 끈 뒤 '시신은 한 구'라고 보고했을 정도로 아들의 몸이 작았다"고 전했다.
당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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