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내 단체장 선거에서 현직 시장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원전 사고에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는 관에 대한 주민들의 심판성격이 짙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17일 치러진 후쿠시마 시장 선거에서 전 환경성 공무원 출신 고바야시 가오루가 여당인 자민당이 추천한 세토 다카노리 현 시장을 두 배 이상의 표 차이로 누르고 신임 시장에 당선됐다. 4월 고리야마시, 9월 이와키시에 이어 후쿠시마현내 3대 도시에서 모두 현직 시장이 정치 신인에게 패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잇따른 현직 시장의 선거패배가 아베 총리가 추진중인 부흥 정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바야시 당선자는 "오염 폐기물 임시 보관장소를 조속히 설치하고 오염 물질 제거 작업의 가속화를 꾀하겠다"고 강조하며 당선됐다. 실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정부가 경제살리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원전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이 소홀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지역에 대한 홀대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7일 후쿠시마시 투표소에서 조사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시 중시하는 정책으로 오염물질 제거작업이 1순위로 꼽혔고, 산업진흥과 고용이 뒤를 이었다. 자민당은 뒤늦게 오염물질 제거작업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나, 주민들의 표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언론은 "10월 이후 치러진 전국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서 자민당 지지 후보가 패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중앙 정치에 치중하는 아베 총리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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