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이 해직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와 다르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한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당시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교사의 기본적 노동권과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EI의 수잔 홉굿 회장과 프레드 반 리우벤 사무총장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교조 탄압을 중단하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을 개정하라"며 "그러지 않으면 교육관련 국제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발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I는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OECD 회의 등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또 내년 3월 EI와 OECD가 주최하는 교직정상회의에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참석을 막고, 2015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 최대 규모의 교육 행사 '세계교육포럼'의 개최지 변경 등도 요구하기로 했다.
홉굿 회장은 "해고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교원노조법이 국제 노동기준과 어긋나고,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방한했다"며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와 단결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리우벤 사무총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면 국제기준에 맞게 법을 개정할 의무가 있다"며 '국제기준보다 국내법이 우선'이라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교육의 질은 교사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높아질 수 있다"며 "OECD 국가 중 교사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고,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EI 대표단은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면담했다. 신계륜 환노위 위원장은 19일 열릴 대정부 질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를 상대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문제를 따져 묻기로 약속했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EI의 회장과 사무총장이 동시에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노동권 차원에서 전교조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정부에 대한 압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I는 172개국의 401개 교원노조가 참여한 연맹체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가입돼 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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