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 선거가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62) 후보와 보수우파 에벨린 마테이(60)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결과 바첼레트 후보가 307만여표(득표율 46.67%)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164만여표(25.01%)로 2위를 차지한 보수우파 에벨린 마테이(60)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으나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는 50% 고지를 넘기지는 못했다. 이밖에 좌파 마르코 엔리케스-오미나미(40) 후보는 10.98%, 무소속 프랑코 파리시(46) 후보는 10.11%를 득표했다.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는 규정에 따라 아우구스토피노체트 정권에서 희비가 갈린 전직 장군 딸들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던 두 후보가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다시 한 번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됐다.
바첼레트 후보는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과반 득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오늘 승리한 것처럼 12월에도 안정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2006~2010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바첼레트 후보는 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ㆍ경제시스템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기 위해 기업의 법인세를 인상하고,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선 투표에 오른 마테이 후보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는 선거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것과 달리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표가 바첼레트 후보로 몰리지 않고, 군소 후보에게 골고루 갈렸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마테이 후보는 트위터에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된 것 자체가 큰 승리"라며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왔고, 매우 기쁘다"는 글을 남겼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마테이 후보는 극우보수세력인 독립민주연합(UDI)과 피녜라 대통평이 이끄는 국가개혁당(RN)을 기반으로 한 보수우파연합 '알리안사(Alianza)'의 후보로 칠레 우파세력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그는 "12월 결선투표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결선투표도 바첼레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칠레 공공연구센터(CEP) 여론조사에서 바첼레트 후보가 대통령궁 라 모네다(La Moneda)에 입성할 것이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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