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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직업 음악가 된 느낌… 마지막 음표까지 긴장 못 늦출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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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직업 음악가 된 느낌… 마지막 음표까지 긴장 못 늦출 마력"

입력
2013.11.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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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면서 내 연주에 책임져야 하는 직업 음악가로서 생각이 비로소 정립됐어요. 이 32곡의 연주 경험이 음악에 헌신하는 장인 정신을 키워가는 원동력이 될 것 같네요."

피아니스트 김선욱(25)씨가 21일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마지막 연주회를 연다. 지난해 3월부터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출판 순서대로 연주해 온 김씨는 이번 여덟 번째 무대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3개 후기 소나타 30~32번을 연주한다. 18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2년의 긴 여정을 마치게 돼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음악가로서 성장통을 치유해 준 도전을 멈추게 돼 오히려 아쉬움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와 더불어 지난해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을 통과하고 올해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 무대에도 데뷔한 그는 "이제야 음악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잘한다는 주변의 칭찬이 마냥 좋았고 연주 기회가 많아지는 게 재미있었지만 음악을 하게 돼 기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연륜도 쌓이지 않은 젊은 연주자에게 한 작곡가의 소나타를 전부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김씨는 2001년 첫 독주회 때도, 2003년 두 번째 독주회 때도, 그리고 이듬해 KBS교향악단과 협연에서도 베토벤을 선택했다. 일찍부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작곡가가 베토벤"이라고 공언해 왔던 그는 "특정 작곡가를 우상화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평생 베토벤만 치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 음악(그는 현대음악을 이렇게 표현했다)도 자주 연주해요. 최근에 열었던 연주회에서는 베베른(1883~1945)의 음악도 프로그램에 넣었죠."

그렇지만 역시 그에게 베토벤의 음악은 "연주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신기한 음악"이다. "슈베르트가 1악장에서부터 아름다움을 분출하는 것과 달리 베토벤의 음악은 마지막 음표 하나까지 긴장감을 늦추기 힘든 부분이 있어 연주를 잘 마무리했을 때의 희열이 다른 곡보다 더 크죠."

특히 베토벤이 청각을 잃고 작곡한 마지막 3개의 후기 소나타는 "베토벤의 정수가 담긴 곡으로 어려서부터 많이 연주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32번 소나타는 '최연소 우승'의 타이틀을 안겨 준 리즈 콩쿠르(2006년) 세미 파이널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그는 '마지막 조성이 다르면서도 우연치 않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3곡을 중간 휴식 없이 이어서 연주한다.

"3곡은 한 묶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심장이 생을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듯 맥박을 끝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한 곡"이라고 덧붙이는 그의 눈빛에는 "상상 못할 정도로 연주 직전에는 긴장감을 느끼지만 이번에는 전혀 떨리지 않는다"던 설명대로 두려움 대신 설렘만 가득했다. "32번은 연주하면서도 늘 느끼지만 계속 심장 박동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연주가 끝날 때까지.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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