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팀이니깐 당연하다.”
지난해 이맘때, 김응용(72) 한화 감독은 혹독한 마무리 훈련 스케줄을 짰다. 사령탑에 부임하자마자 고등학교 야구부 못지 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지시했다. 오전 6시에 기상, 밤 9시까지 방망이를 돌리는 게 일상이었다. 5일 훈련, 하루 휴식의 프로그램은 다들 “지옥 같다”고들 했다. 선수들은 “전지훈련에 온 기분이다. 훈련량이 2배로 늘었고 분위기도 살벌하다”고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코끼리’ 김 감독이 달라졌다. 훈련 분위기도 더 이상 살벌하지 않다. 지난해 서산 2군 구장에 마무리 캠프를 차린 한화는 올해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강창학야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었던 박정진, 이대수, 한상훈 등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몇 명 주전들을 제외하면 선수단 대부분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훈련 일정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5일이 아닌, 3일 훈련에 하루 휴식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선수들을 파악해야 했다.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훈련과 청백전을 통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했다”며 “올해는 5일 훈련보다는 3일 훈련이 낫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조금 수월하게 스케줄을 짰다”고 말했다.
숙소 주변 산책을 훈련 프로그램에 넣은 것도 눈길을 끈다. 오전 7시에 기상한 선수들은 약 1시간 가량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주변을 걷는다. 일부 선수들은 축구도 하고 가벼운 런닝도 하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또 의무적인 훈련이다. 김 감독은 “오후에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아침 밥을 꼭 먹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침을 먹지 않더라”며 “이제는 산책을 끝낸 선수단이 모두 밥을 먹는다.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야구장에 나가는 시간은 오전 10시다. 오후 4시까지 배팅과 수비, 주루 훈련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이후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 선수들은 밤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가량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야구장에서 훈련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이제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막판 선수들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 있다”며 “다들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송창현, 황영국 등 눈에 띄는 선수도 몇 명 있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서귀포=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서귀포=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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