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10년 만에 생산능력은 100만대, 차종은 12개로 늘었습니다. 이 같은 실적은 세계 어느 메이커도 세우지 못한 대기록입니다.”
지난 14일 현대자동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 3공장에서 만난 김태윤 현대차 부사장(베이징현대 생산본부장)은 “처음 공장을 세울 땐 만만디 국가로 알고 왔지만 지나보니 중국 근로자들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고 말했다.
울산에 주력 생산기지를 둔 현대자동차가 중국 현지에 세운 공장이 10년 만에 국내공장의 경쟁력을 능가해 맏형 격인 국내공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인도, 체코, 러시아, 브라질에도 현지 공장을 두고 있다.
2002년 중국에서 30만대 생산 규모의 1공장을 지을 당시 공장 설립 속도에 놀란 중국인들은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붙이며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젠 ‘현대속도’가 단순히 공장 설립 기간 단축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메이커와 자국 내 수백 개 메이커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내 판매량 4위를 기록할 만큼 지난 10년간 쾌속 성장해온 데 대한 찬사다.
1공장 이후 규모를 계속 키워온 현대차는 현재 중국 현지에 3공장까지 지어 전체 근로자가 1만4,562명에 달한다.
공장 별로 4~5개 차종을 생산하는데 각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 수준, 중국 내 총생산 규모는 100만대다.
3공장은 내년 1월까지 15만대를 더 생산할 수 있게 증설을 추진 중이다.
외형만 커진 게 아니라 생산성은 벌써 국내공장을 능가하고 있다. 베이징현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생산성을 끌어올렸는지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2007년 현대차 국내공장의 HPV(Hour Per Vehicleㆍ대당 투입시간)은 30.5였고 북경공장은 23.5였는데 5년 뒤인 지난해엔 국내공장은 제자리에 머문 반면 북경공장은 18.8로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이 기간 북경공장은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국내공장의 절반가량 밖에 안 될 정도로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편성효율도 마찬가지다. 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인원 비율을 뜻하는 편성효율은 지난해 국내공장은 53.5였지만 중국공장은 90으로 나타났다.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해보면 국내공장은 한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시간을 따지기 전에 작업효율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베이징현대의 또 다른 급성장 비결은 노동유연성에 있었다. 인력운영의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국내공장의 경우 차종별 판매량이 변할 때마다 인력 재배치에 골머리를 앓는 반면 북경공장은 언제든지 탄력적인 인력재배치를 할 수 있다. 우리의 노조 격인 공회가 매우 협조적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베이징현대는 2008년 2공장 소요인원 중 70%를 1공장에서 충원했다. 또 2009년엔 1공장 차체라인 작업자 전환배치를 불과 10일만에 해결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일감이 적어 놀고, 다른 쪽에선 사람이 달려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국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현지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높은 관세와 (국내의) 고임금이 주요 이유였지만 이제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해외공장들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라며 “현대차 국내공장이 진정 맏형으로 거듭나고, 나아가 자신들의 고용안정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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