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으로부터 가장 강한 구조조정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은 동부그룹과 현대그룹. 이중 동부그룹이 17일 3조원 규모의 대대적 구조조정안을 내놓음에 따라, 이제 채권단의 압박은 현대그룹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내년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총 8,200억원 규모. 2015년에도 8,8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선박대금이 부채로 잡히는 해운사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992%(3분기 기준)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너무 높아, 조기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실제로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4일 현대상선의 회사채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 측에 증자는 물론,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팔라는 입장이다. 부산 신항만터미널 지분을 포함한 자산과 보유유가증권 매각을 압박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증권을 팔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유동성 위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내년 상반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산업은행에 신청할 계획. 1조원에 달하는 보유현금에다 회사채 신속인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더하면 부채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대증권 매각에 대해선 "사실상 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해운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채비율과 유동성 문제를 한번에 해결 할 수도 있다.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은 지속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현대증권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분위기가 냉랭해지고, STX와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채권단 역시 선제적 구조조정을 강하게 압박할 태세여서 현대그룹의 입지는 넓지 않은 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현대그룹을 주채무계열 대상기업에 편입시킨다는 계획이어서, 구조조정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 문제는 전적으로 해운시황여부에 달려 있다. 해운시황 회복여부에 따라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폭과 강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