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부실경영 행태로 질타 받는 공기업들이 독점 지위와 정부 지원으로 손쉽게 거둔 이익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대신 내부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12개 시장성 공기업의 자본항목 잉여금 합계액은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난 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통합공개 시스템(알리오ㆍwww.alio.go.kr)에 따르면 대부분 공기업이 과도한 차입과 복리 후생에도 불구, 독점이 보장되는 사업 구조와 연간 40조원이 넘는 정부의 예산ㆍ세제지원으로 지난해에도 흑자를 냈다.
시장성 공기업으로 분류된 14개 공기업 가운데 요금 통제로 3조원 넘는 적자를 낸 한전과 한국석유공사를 제외한 12개사는 각각 400억~5,0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들 12개 기업의 지난해말 내부 잉여총액은 47조2,000억원으로 전년(45조7,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이들 기업이 지난해 벌어 들인 당기순이익(2조369억원) 가운데 4분의 3가량을 회사 금고에 남겨뒀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5,256억원의 순이익을 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1년 말 1조1,045억원이던 내부 잉여금 규모가 지난해 말에는 1조5,554억원으로 급증했고, 한국가스공사도 내부 유보금(7조6,629억원→7조9,919억원)이 3,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코트라,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등에 대해 정부의 예산ㆍ세제 지원을 대폭 줄이는 한편, 적정 수준을 초과한 내부 유보금의 환원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영리 법인으로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매년 100억~300억원의 이익을 쌓고 있는 코트라 등 5개 공공기관에 대한 지원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업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전액을 보전하는 '수지(收支)차 보전'기관인데도, 이들 기업은 거액 이익을 내면서도 매년 5,000억원이 넘는 예산 지원도 받고 있다. 정책처는 "결산 잉여금이 과다하게 쌓인 만큼 정부 예산지원에서 해당 부분이 삭감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원랜드, 한국농어촌공사, 마사회 등이 내부 잉여금을 과다하게 쌓은 대표 기관으로 지목됐다. 입장료 개별소비세 인하(5만원→3,500원) 혜택도 받는 강원랜드가 1조9,000억원의 적립금에도 불구, 순이익 가운데 상당수를 여전히 내부에 쌓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예산처는 또 최근 5년간 순이익의 87%를 금고에 남겨 두는 바람에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이 4,911억원까지 불어난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해서도, "순이익의 국고 납입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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