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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경북 문화 바우처 사업 이끄는 전형섭 금수문화예술마을 문화이용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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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경북 문화 바우처 사업 이끄는 전형섭 금수문화예술마을 문화이용권 팀장

입력
2013.11.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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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다. 2006년 경북 지역에 배정된 문화바우처(문화이용권) 예산은 6,000만원이었다. 그 종잣돈으로 저소득층과 장애인, 시골 어르신 등에 무료 문화이용권을 지급했다. 하지만 곧 "끼니도 겨우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클래식에 오페라냐"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이 바우처 사업이 편견과 어려움을 극복, 현재 재정 지원 규모만 60배로 커졌다. 바로 2011년 문화카드가 새롭게 도입된 결과다.

경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고 연극으로 제작하는 등 다양하고 신선한 기획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 문화바우처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금수문화예술마을'의 전형섭(37) 문화이용권 팀장은 이 모든 성과를 가능하게 한 숨은 일꾼이다. 전 팀장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문화바우처사업, 한 우물만 판 산 증인이기도 하다. 경북 성주군 금수면 광산리의 '금수문화예술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바우처, 무슨 뜻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바우처는 프랑스어로 교환권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쿠폰쯤에 해당된다. 문화바우처는 문화에만 국한해 사용하도록 교환권을 배부하는 사업이다. 저소득층의 문화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떼마'와 근본 취지가 비슷하다."

-경북바우처 사업을 소개해달라.

"문화카드 지급과 무료 티켓 배부, 지역 재가 방문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 특화 프로그램 네 가지다. 문화 카드는 전국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고, 무료 티켓의 경우 바우처 주관사에서 공연이나 전시 티켓을 사서 대상자에게 무료로 지급한다. 지역 재가 방문 프로그램은 공연팀이 직접 마을을 방문, 소규모 마을 공연을 열거나 노인ㆍ장애인 단체 등을 찾아가 사진 촬영 등 문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역 고유의 민담이나 설화를 연극이나 공연으로 만드는 특화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취지는 좋지만 문화 복지가 아직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문화바우처 사업이 처음부터 부딪쳤던 난관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빵을 원하지 공연을 원하지 않는다'는 장애인도 있었고, 어떤 어르신은 '지금 이 나이에 이런 걸 봐서 뭘 하느냐'고 타박하시기도 했다. 어린 시절 부친의 사업이 실패한 탓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낸 적이 있는 터라 그분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때도 전시와 공연장을 ?아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사춘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건 그런 문화 체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향유하며 성장한 친구들이 다 잘 산다."

-힘든 일도 많을 것 같다.

"장마철이나 혹한기가 가장 힘들다. 지역 재가 방문 프로그램인 '문화가 쉬어가는 정자'는 주민의 신청을 받아서 방문하는데 주로 농한기에 신청한다. 농한기가 바로 태풍이 오는 즈음이나 추운 겨울이다. 지난해에는 태풍과 폭설 때 바빴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지원 대상자들의 얼굴에서 행복감이 느껴질 때다. 작년에 미혼모 한분이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면서 자신을 버린 남자와 점점 닮아가는 아이에 대한 미움도 많이 가라앉고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도 많이 씻겼다는 것이었다. 문화의 힘이다. 또 안동의 어느 어르신은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문화바우처로 장윤정 콘서트를 관람하시고는 '생전에 이런 공연을 꼭 한번 보고 싶었다'며 고마워하셨다. 우리가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린 셈이다. 이런 응원들이 우리를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앞으로 청사진은.

"지역 재가 방문 프로그램에 주력할 계획이다. 경북은 도시지역과 달리 공연팀이 많이 오지도 많고, 노인층이 두터워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힘들다. 그래서 전업 문화기획자 양성이 시급한 것이다. 문화기획자가 늘어야 문화가 융성해지기 때문이다. 열심히 뛰겠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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