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만 15년 조종한 실력으로 LG전자에 스카우트된 베테랑이었는데 이런 사고가 나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17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로 희생된 고 박인규(58) 기장과 고종진(37) 부기장의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두 조종사의 동료 선후배들은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당일인 16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박 기장의 빈소에는 공군사관학교 26기인 박 기장의 공군 동료, 후배와 제대한 선배들이 찾아와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 기장의 동기들은 "매사에 세심하고 성실한 친구였는데 이리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기장의 속초고교 동문인 정모(57)씨는 사고 당일 고 박 기장의 아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보이며 눈물을 쏟았다. 정씨는 "뉴스를 보다 사고 헬기에 LG 로고가 보여 설마 하는 마음에 박 기장의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사고로 친구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기장의 공사 동기로 25년 지기라는 전모(58)씨는 "비행시간 7,0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 비행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도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했다. 박 기장의 남동생(56)은 "형님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대통령 전용기만 15년 조종한 베테랑"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기장의 사촌형 박윤규(63)씨는 "아이들에게 용기 내서 잘 살아야 한다는 그 얘기밖에 못했다"고 눈물을 삼켰다.
고종진(37) 부기장의 빈소도 침통한 분위기였다. 일부 조문객은 고 부기장의 세 살 된 딸과 장모에게 업힌 만 10개월된 아들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고 부기장의 큰어머니 김윤의(80)씨는 "아들 딸과 늘 함께 하고 싶어하는 참 착한 가장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부기장의 공사 48기 동기인 한 동료는 "고인은 평소 딸만 생각하는 '딸 바보'였고,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베테랑이었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어머니는 공군 대위 정복을 입고 웃는 아들 사진을 잡고 "아이고 내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오열하기도 했다.
이영하 LG전자 사장과 김영기 LG그룹 부사장 등 LG전자 고위 임원들 10여명도 이날 오전 수행원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김 부사장은 "마음이 슬퍼 할 말이 없다"며 "회사는 (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도 헬기에 탑승하려 했던 안승권 LG전자 사장 등은 이날 저녁까지 빈소를 찾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들의 빈소 방문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세히 모르지만 어떤 식이든 조의를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들의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합동영결식은 19일 오전 8시에 열릴 예정이다.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의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과 국립이천호국원에 각각 마련됐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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