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여야간 기싸움이 한창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표 대결이 필요한 사안이라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권의 전반적인 기류는 강경하다.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연계하겠다는 민주당 전략을 국정 발목잡기로 보는 것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이미 직권상정 가능성을 언급한 터라 새누리당은 당장이라도 원내 과반정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 역시 강공 일변도다. 문 후보자의 낙마 없는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불가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게다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검찰총장은 임명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발언을 거론하며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묶어두고 있다.
여야는 17일에도 별다른 공식 접촉이 없었다. 여권은 18일 있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야권은 이날 있었던 '국민동행' 출범식에 주력하느라 여야간 접점찾기 노력은 오히려 뒷전이었다.
물론 여야 모두에서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기류는 감지된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전화통화를 계속했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그래도 여야간에 물밑 접촉은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야간 타협의 여지가 크지는 않아 보인다. 여권은 "뻔한 정치공세에 밀리면 각종 법률안과 새해 예산안도 제 때 처리하지 못할 것"(원내대표실 관계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자진사퇴를 얘기했지만 그건 말실수일 뿐으로 사퇴할만한 중대 흠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도 "박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대해 일방통행 식으로 나오는 만큼 우리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공개적으로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18, 19일 정도를 바라는 눈치다. 서병수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야당도 황 후보자의 인준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의장실에서 직권상정을 위한 법적 검토를 마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강 의장 측은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직권상정을 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의 언급은 기정사실화가 아니라 국정운영 공백에 대한 우려 차원이란 얘기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대치정국의 분기점이 되지 않겠냐"며 "현재로선 결국 직권상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시정연설 이후의 정치적 기류가 변수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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