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붉게/물든 석양녘에/잎이 지고 없는/스산한 가지에 달린 모과 하나/외롭겠다며 실바람이/다가와 노랗게 흔드는데/우수수 쏟아지는 시간들'
이달 초 첫 시집 을 낸 서울 강북경찰서 이용후(60ㆍ경정) 경무과장이 쓴 '노을과 석별'의 한 대목이다. 이 과장은 33년간의 경찰생활을 마무리하며 다음 달 정년퇴임한다.
초등학생 때 군내 백일장에 나가 입선한 것 외엔 문학과 담 쌓고 지냈던 이 과장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가족들을 남겨두고 홀로 대구 지역 경찰서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 지내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습작에 매달렸다.
이번 시집엔 13년간 문학창작 서적을 독학해 가며 숫하게 썼다 지우며 완성시킨 시 160편을 엮었다. 그의 시는 '일상'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창 밖을 보면/낯선 도시의 풍경,/아파트 사이로 먼 산이 보이고/그 산 위에 당신의 얼굴이 보인다'('아내의 생일')
지금도 꾸준히 시간을 쪼개 시를 쓰고 있는 그는 시상 (詩想)을 떠올리기 위해 노원구 월계동 집에서 강북구 수유동 경찰서까지 매일 두 시간씩 걸어서 출퇴근 한다.
이 경무과장은 시집 머리말에 "이제 여유 있고, 지낼만하다고 생각하니 종착역에 도착하고 있다. 잘하면 왔다 간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정년퇴임을 앞 둔 소회를 적었다.
이 과장은 퇴임 후엔 전국 방방곳곳을 다니며 산이나 문화 유적 등을 주제로 시를 쓸 계획이다. 그는 "시를 쓰면 마음이 맑아진다. 내년 이맘때 두번째 시집을 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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