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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독재자 이복동생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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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독재자 이복동생 선택하다

입력
2013.11.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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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승리해 합법적으로 집권하고도 반대 세력에 의해 물러났던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이 권력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16일 실시된 몰디브 대선 결선투표에서 압둘라 야민 가윰 후보가 승리했다. 예선투표에서 1위를 했던 나시드는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나시드는 앞서 2008년 몰디브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30년 독재자 마우문 압둘 가윰을 누르고 승리했지만 마우문 세력의 저항에 중도 사퇴했었다. 압둘라는 마우문의 이복동생이다.

몰디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23만9,000여명 가운데 최소 75%가 참가한 결선투표에서 압둘라가 51.39%를 얻어 당선됐다. 나시드의 득표율은 48.61%였다. 압둘라는 “국민이 최선의 결정을 했다”며 “국제사회는 몰디브 국민의 결정을 존중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나시드는 선거를 통한 복귀가 일단 어려워졌다. 나시드는 2008년 선거에서 마우문을 누르고 당선됐으나 군부, 경찰 등 마우문 세력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국영방송국을 점거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자 지난해 2월 하야를 선언했다. 그 뒤 몰디브는 공석이 된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올해 9월 예선투표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나시드와 압둘라가 1,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데다 선거 부정 의혹이 겹쳐 논란이 됐고 9일 치러진 재투표도 결과가 같아 결국 16일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몰디브 최고 갑부 가심 이브라힘이 압둘라를 지지해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마우문과 이브라힘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압둘라가 당선됐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시드는 재임기간 동안 기발한 아이디어로 몰디브를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에서 유학한 언론인 출신으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열네번이나 투옥됐던 나시드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구온난화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몰디브를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잠수장비를 착용한 채 바닷속에서 각료들과 세계 최초의 해저내각회의를 개최해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렸다. 이 같은 노력 덕에 2009년 5월 인권상인 안나 린드상을 받고 이듬해 8월에는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의해 ‘국가 경영을 통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10인’에 선정됐다.

국제사회가 이번 선거 결과를 불신하면서 몰디브의 정치적 불안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정투표 준비가 덜 끝나자 시간을 벌기 위해 결선투표 날짜를 변경한 것 같다”며 “유럽연합(EU)이 몰디브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나시드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의문을 표시할 경우 정치상황이 더 혼란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압둘라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을 지낸 명망가 집안 출신으로 2011년 마우문이 창당한 몰디브진보당에 입당해 이번 대선에 나섰으며 형의 대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몰디브가 이슬람 국가로 남아야 한다면서, 다른 종교와 문물에 개방적인 세속주의 성향의 나시드를 비판해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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