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11월 18일] 일본 정상회담 제의는 치졸한 정치 계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11월 18일] 일본 정상회담 제의는 치졸한 정치 계산

입력
2013.11.17 12:40
0 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일 우리 정부에 '정상회담 공세'를 펴고 있다. 13일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와의 면담에 이어 이튿날 한일협력위원회 한국측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요구하더니, 15일 위원회 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개막식에 참석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것은 1969년 위원회 발족 이후 처음이다. 일본 측 신임 회장에 취임한 아소 다로 부총리도 "곤란한 문제가 있을수록 대화가 중요하다"며 정상회담을 재차 거론했다.

상대방인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을 할 여건이 안됐다고 수 차례 밝혔음에도 일본이 계속 떼쓰듯 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외교 현안에 이견이 있다면 이를 먼저 해소하고 나서 접근하는 것이 상식이자 순리다. 더욱이 정상회담 같은 고도의 외교행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정상회담 공세는 외교 차원을 넘는 정치적 복선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일본이 왜 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지 이유는 짐작이 된다. 미국에서는 미일관계를 격상하면서도 한일관계 냉각이 미일, 나아가 한미일 삼각안보의 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15일 부임한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에게 한일 화해 중재를 당부한 데 이어 미일 기업컨퍼런스에서는 "한국과 관련해 미완의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정상회담 공세는 미국의 이런 우려를 의식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 개최에 필요한 여건 조성에는 등을 돌린 채 알맹이 없는 회담 제의만 되풀이함으로써 한일 갈등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정치공세로 보인다.

한국이 과거사와 양국 관계를 결부시키는 게 못마땅하다면 일본도 과거사를 들먹이면서 끊임없이 억지 궤변을 늘어놓는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 이제 일본에 과거사의 반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상회담을 하자면서 과거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자기모순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