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아세안 10개 회원국을 모두 방문했다. 중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지는 동남아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고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16일 캄보디아를 방문, 훈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회담 직후 나온 공동성명에서 아베 총리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책임을 완수하겠다"며 적극적 평화주의의 개념을 설명했고 훈센 총리는 "일본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한층 더 공헌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환영했다.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공동성명은 "해양안보 분야에서 법의 지배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관계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외교적 힘을 보태자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과 관련한 캄보디아인들을 교육ㆍ훈련시키기 위해 자위관을 파견하는 등 국방 교류를 촉진키로 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1월 16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아세안 회원국을 방문해 17일 마지막으로 라오스를 찾았다. 아베 총리는 12월 13~15일 도쿄에서 일본ㆍ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동남아 국가들과의 친목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지를 얻어 한국과 중국의 반발 분위기를 잠재우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있던 16일 중국의 TU-154 정보수집기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근처 상공을 비행했다고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합참)가 밝혔다. 방위성에 따르면 TU-154기가 제주도 남쪽 해상을 지나 동중국해를 거쳐 센카쿠 북쪽 150㎞까지 접근하자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 외관상 여객기와 비슷한 TU-154기의 센카쿠 부근 상공 비행을 일본 방위성이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이날 오후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4척이 일시적으로 센카쿠 열도를 침범했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중국 정보수집기가 자위대의 전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아베 총리가 아세안 국가와 안보를 강화하려는 것에 대한 견제 성격도 짙다"고 보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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