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를 거둬 운용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가 '비리의 온상'이란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올해 6월부터 약 5개월간 전국의 아파트 관리 비리 164건을 집중수사해 5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581명을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사 결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아파트 관리소장 등이 도장공사나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등을 맡은 업체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경우가 260명(44.8%)으로 가장 많았다. 관리소장, 부녀회장 등이 관리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쓰거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경우도 228명(39%)이나 됐다.
이밖에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등이 부풀린 공사 금액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신청한 뒤 가로채거나 관리소장이 허위 견적서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을 타낸 비리, 동 대표가 개인적인 일로 선임한 변호사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로 지급한 비리 등이 적발됐다.
검거된 피의자는 공사 및 유지보수업체 선정 권한을 가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12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 대표(110명), 관리소장(107명), 관리소 직원(55명) 순이었다.
5개월간 경찰이 수사한 비리 금액은 약 64억원이지만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 41건이나 돼 전체 비리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관리비 집행, 각종 공사업체 선정 등 막강한 권한을 입주자대표회의가 갖고 있지만 집행과정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데다 상당수 입주민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아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332만 가구 가운데 아파트 거주 가구는 863만 가구(64.7%)에 달하고, 전국 아파트 관리비 규모는 연간 1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동 대표가 장기간 연임하는 것을 방지하고, 일정 금액 이상 공사 때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이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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