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문)는 미국 대입수학능력시험(SAT) 기출문제를 불법 유통한 브로커 8명과 기출문제를 강의에 사용한 어학원 12곳 운영자 및 강사 14명 등 총 22명을 적발해 21명을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소 대상자에는 2007년 인터넷 카페에 당일 시험 예정이던 SAT 문제 답안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유명 강사 제프리 손(42)씨도 포함됐다. 입대 전 브로커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난 군인 1명은 군검찰로 이송됐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모(22)씨는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인터넷에서 구입한 SAT 기출문제를 학원 강사나 다른 브로커, 수험생에게 358회에 걸쳐 재판매하고 그 대가로 2억2,071만원을 챙겼다. 김씨 등 브로커들은 시험 주관사가 공개한 문제는 건당 최고 2만원, 비공개 문제는 건당 최고 30만원에 거래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는 SAT 기출문제는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돼 있다. 일부 문제는 문제 개발과 시험 운영 등을 맡은 미국교육평가원(ETS)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의 복제ㆍ배포는 물론이고 문제를 활용한 강의도 금지된다.
유출된 기출문제는 대부분 학원 강의에 이용됐다. 어학원장 김모(28)씨는 브로커에게 4,700여만원을 주고 구입한 기출문제를 강의하고, 시간당 최고 15만원의 고액 수강료를 챙겼다. 고액 강의를 한 어학원들은 세무서에 시간당 수강료를 5,000~8,000원으로 허위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기출문제를 자체적으로 불법 입수한 어학원도 있었다. 어학원 운영자인 또 다른 김모(28)씨는 지난해 3월 괌의 SAT 시험장에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 시험지 촬영을 시도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국내에서 1인당 10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시험문제를 외워 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유출해 ETS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SAT 실시 주관사인 미국 칼리지보드(College Board)는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국내에서 1년에 6차례 치르던 시험을 지난 7월 4번으로 줄었다. 앞서 지난 5월 전체 시험이, 6월에는 선택과목인 생물 시험이 취소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2007년에도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국 응시생 900여명 전원의 성적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SAT 기출문제를 시험장에서 불법으로 암기, 촬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매 브로커까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브로커를 상대로 범죄수익 환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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