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는 맛 없다'는 평판은 과연 사실일까. 이와 관련해 맥주 선호도는 맛이 아닌 다른 요소가 결정짓는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최근 마케팅관련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내 맥주 맛 논란: 관능적 품질의 문제인가 브랜드 품질의 문제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은 맥주의 맛 자체보다는 브랜드나 마케팅 기법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국내산 라거 맥주 3종과 수입산 라거 맥주 2종을 놓고 소비자(226명 참여)들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상표를 가린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70.8%(160명)가 국산 맥주 쪽에 선호도를 표시했다. 수입 맥주 쪽 선호도는 29.2%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표를 부착한 다음 실시한 선호도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입 맥주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52%를 넘었다.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는 국산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상표를 공개한 상태에서는 외국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온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 맥주를 고르는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 맥주 비선호도를 조사하자 64.3%가 수입맥주를 꼽았지만, 상표를 드러내자 그 비율은 50%로 떨어졌다. 반대로 국산 맥주의 비선호 비율은 상표를 공개하자 35.7%에서 50%로 뛰었다.
문 교수는 "소비자가 맥주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선호도를 보이는 것은 맛 이외의 요소가 맥주 선호도를 결정했다는 뜻"이라며 "국산 맥주라고 해서 무조건 맛이 떨어진다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입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4%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상승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 규모는 전년대비 약 26% 증가한 7,4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도 전년동기대비 약 21% 증가한 4,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수입국 수 역시 2001년 17개국에서 올 상반기 43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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