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휘 김대진)와 플루트 영재 한여진(12)양의 라이네케 플루트 협주곡 D장조 협연이 끝났다. 그런데 이 연주에 환호한 것은 예술의전당 청중만이 아니었다. 경기 연천수레울아트홀 소극장에서 영상으로 연주를 감상한 연천 차탄리 주민 원흥순(62)씨도 큰 박수로 화답했다. 원씨는 "간접 영상 체험이지만 가까운 공연장에서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콘텐츠 영상화 사업'(SAC on screen)이 첫 선을 보였다. 이날 해설 음악회 '토요콘서트'는 경기 연천, 전남 여수, 경북 안동, 전북 전주 등 전국 4개 도시 문예회관과 압구정점, 오리점, 대구점, 서면점, 광주터미널점 등 전국 5개 CGV 상영관에서 전석 초대로 동시 생중계됐다.
첫 시도임을 감안하면 이날 중계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주요 선율 연주 악기 클로즈업, 로비 풍경, 지휘자와 연주자 인터뷰 등을 넣어 관객의 이해와 집중도를 높였다. "서울시향의 음악회에 종종 참석한다"는 육군 28사단 장동빈(44) 상사는 "아무래도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소극장에서 보는 아늑함도 나름대로 흥미롭다"고 말했다. 시인 오령(69)씨는 "공연을 즐기지만 시간 여건상 예술의전당은 연간 한 차례 정도 방문한다"며 "영상으로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는 만큼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행상에 몇 가지 아쉬움도 없지는 않았다. 비추는 방향에 따라 카메라의 일부 화질이 선명하지 못했고 음향도 연주에 집중해 마이크를 설치하다 보니 시작 전 안내 방송이나 객석의 박수 소리는 잘 잡아내지 못했다. 안내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영상 중계를 보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관객이 많았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고객서비스사업단장은 "영상 중계는 클로즈업과 무대 뒷모습 삽입 등 특유의 장점이 있는 서비스"라며 "세부적인 문제점은 꾸준히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생중계는 예술의전당 기획이 아니라 전적으로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때 중점사업으로 "공연, 전시 콘텐츠를 고화질 영상으로 만들어 문화소외지역 영화관, 문예회관 등에 공급하겠다"며 '콘텐츠 영상화'를 표방했지만 이번 생중계 방식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간윤영 연천수레울아트홀 공연기획감독은 "200석, 600석 규모의 2개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정부 지원 공연도 농촌에 중장년층이 많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국악 등 특정 장르에 집중된 경향이 있어 이번 생중계 행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의 콘텐츠 영상화 계획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처럼 관객들의 실질적인 욕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콘서트 생중계를 시작으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현대무용단의 '증발' 등을 올해 중 영상 콘텐츠로 제작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관객 요구가 높은 뮤지컬, 오페라 등의 자체 레퍼토리가 없다는 점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다.
연천=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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