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가 설치된 지 1년 7개월 만에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정욱 쌍용차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1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부 결정에 따라 16일 오후 9시쯤 분향소를 평택공장 앞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쌍용차가 3분기 흑자에 이어 4분기에도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엔 생산을 늘릴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장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2009년 노사 합의안에 따른 해고자 우선 복직 등 인력 충원을 요구하려 한다"고 분향소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문기주 쌍용차 노조 정비지회장은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서 "지난 1년 7개월 동안 온갖 탄압을 버틴 쌍용차 분향소는 자본의 턱밑으로 내려가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문 앞 분향소에 머물던 노조원 30여명 중 20명 이상이 평택으로 옮겨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노조원 일부는 대한문 앞에 남아 쌍용차 문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대를 다음달 7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쌍용차 분향소는 2009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24명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대한문 앞에 마련됐다. 한 노숙인이 올해 3월 분향소에 불을 질러 천막 2동이 타버렸고, 서울 중구청이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4월 천막과 분향소를 기습 철거하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당시 중구청은 천막을 철거한 자리에 대형 화단을 조성, 헌법상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분향소를 재설치하려는 노조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구청의 갈등이 반복됐으며 노조는 화단 앞에 이전보다 규모를 줄인 분향소를 마련해 운영해왔다. 경찰은 버스로 분향소를 둘러쌌다가 '집회 가리기'라는 지적(본보 9월 24일자 11면 보도)에 따라 버스의 주차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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