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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1월 18일] 이영표다운 은퇴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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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1월 18일] 이영표다운 은퇴의 변

입력
2013.11.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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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초롱이'이영표(36)가 전하는 은퇴의 변은 조금은 낯설었다. 10년 넘게 축구대표팀의 왼쪽 측면 수비를 담당했던 그는 지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인 수비 불안의 중심에 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축구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울러 "고맙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이어 "27년간 치열하게 달리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경기장 밖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고하는지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고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이영표는 또 "선수로서 나를 되돌아 본다면 80점을 주고 싶다. 그렇지만 축구와 함께 즐거웠던 것은 100점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떠나는 이는 항상 아쉽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영표는 기자회견 내내 활짝 웃었다. 되돌아보는 자신의 선수 생활에 크게 모자람이 없었던 듯 하다. 그의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이영표는 대표적인 늦깎이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프로 입단 전해인 1999년에야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후 국가대표로서 승승장구하며 영광을 누렸다. 이영표 하면 생각나는 것은 '헛다리 짚기'다. 상대 수비수의 모션을 빼앗는 그의 '헛다리 짚기'는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영표는 세 차례 월드컵(2002,2006,2010)에 출전해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한 뒤 2011년 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컵 경기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A매치 통산 127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골을 넣은 뒤 보여준 '기도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영표는 국내보다는 에인트호벤(네덜란드),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미국) 등에서 폭넓게 활약했다.

이제 이영표는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가 걱정한 것처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까지 달성했던 한국 축구는 여전히 수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수비보다는 화려한 공격수에 매료되는 유망주들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공격보다는 수비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이영표는 왼쪽 풀백의 전형을 보여준 선수다. 단지 수비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공격력을 갖춘 수비수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은퇴한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룰루스처럼 빼어난 공격력도 갖췄다. 재치 있는 순간 돌파와 화려한 드리블, 스피드, 개인기, 순발력을 갖춘 전천후 플레이어로 대표팀 내에서 체력 테스트 최고점을 받을 정도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무쇠체력'을 자랑했다.

축구선수 경력의 대부분을 상대적으로 왼발을 주로 써야 하는 왼쪽에서 뛰었지만 이영표는 원래 오른발잡이였다. 따라서 포지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크로스가 부정확하다는 점과 오른발 잡이로서 왼발 크로스가 적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영표는 한국 축구의 최고 정점에서 영광을 함께 했으며 2006 독일월드컵의 부침 등도 겪었다. 이영표의 성실함은 대표팀 기간 중에 큰 잡음이 없었다는 점에서 방증된다.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리라. 이제 갓 20대 초반에 대표팀 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후배들은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15일 스위스전에 앞서 공식 은퇴식을 가진 이영표는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팬들이 어떤 선수로 기억해 줬으면 하는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라는 물음에 "좋은 축구 선수보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선수가 되는 건 휠씬 쉽다."근자에 그라운드에서보다 장외에서 구설수를 낳고 있는 후배들은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영표 선수, 수고했습니다. 당신의 백 넘버 12번이 그리울 것입니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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