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공무원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는 공무원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자정을 다짐하며 청렴감찰단 등 각종 공직자 부패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특히 부서장이 부하 직원의 비리행위를 알고도 이를 덮어주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과연 내부 감찰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대표적인 제주지역 공직비리 유형은 공금 횡령.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제주도청 7급 기능직 공무원 홍모(47·여)씨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홍씨는 부서 내 일상경비 지출업무를 담당하면서 2011년 4월부터 최근까지 240차례에 걸쳐 모두 2억4,100여 만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는 빼돌린 돈으로 빚을 갚거나 서울 등지에서 명품 의류·가방·신발 등을 구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엔 제주시에서도 공금횡령 사건이 터졌다. 건설 관련 부서에서 예산·회계업무를 담당하던 한 공무원이 일상경비 수백만 원을 멋대로 빼돌렸다가 적발된 것이다. 특히 해당 부서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부하 직원의 비리사실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지난 14일에는 서귀포시 공무원 5명이 30억 원이 투입된 향토산업 육성사업과 관련해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 조사를 받고 있다.
제주 지역 공무원의 비리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는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제주시청 공무원 이모(27)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달 22일에는 서귀포시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 임모(55)씨가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건설업체로부터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제주도 전직 도로건설 담당 서기관(4급) 김모(58)씨와 최근 명예 퇴임한 박모(59)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공무원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공직사회 청렴도를 높이겠다"는 도의 공직자 부패 근절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16개 시ㆍ도 가운데 청렴도 꼴지라는 오명을 쓴 도는 올해 1월 청렴도 1위를 하겠다며 부패 발생 요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회계 및 정산관련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 또 청렴감찰단을 만들고 부서별로 청렴지킴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부패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직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각종 범죄 행위로 인해 수사기관으로부터 기관통보 받은 공직자는 153명에 달한다. 송모(45ㆍ제주시)씨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공직 비리에 제주도민으로서 낯이 뜨거울 정도"라며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체계적인 반부패 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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