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테니 두고 봐라."
광주시의 3D(입체영상)변환 한미합작법인 '갬코'의 부실투자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해 12월 5일.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시민단체에서 밝혀낸 사실보다 부실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갬코 대표 김모(55)씨가 미국 측 파트너 K2Eon에 속아 투자자금 70여억원을 날린 과정에서 강운태 광주시장 등 시청 고위 간부들의 배임 공모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검찰이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이들의 해명만 들어주는 선에서 수사를 끝낸 것 아니냐고 비판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지난 14일, 참여자치21은 강 시장의 아들 등 3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재수사하도록 하겠다"던 참여자치21 관계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광주지검이 갬코의 부실투자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강 시장 아들 등 3명에 대한 고발 사건을 특별수사부에 배당해 향후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이번 고발이 국제사기 논란을 낳았던 갬코의 부실 투자 의혹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를 강제하는 동인(動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고발이 갬코 비리 사건의 본체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지난해 갬코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부에 다시 맡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갬코 사건을 수사해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검사가 현재도 특수부에 근무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그 검사에게 배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고발장 접수 하루 만에 본격 수사에 나섰지만 한 번 수사를 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검찰의 미덥지 못한 수사 결과에 크게 반발했던 참여자치21이 피고발인 등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까지 제출한 것도 검찰로서는 다소 머쓱하게 됐다. 게다가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강 시장 아들 등의 배임 공모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덮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검찰의 칼날이 지난해 수사 당시 배임 공모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강 시장 등 광주시청 공무원들에게까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참여자치21이 검찰의 수사 의지와 상황 등에 따라 강 시장 등에 대한 수사 확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참여자치21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통해 강 시장의 진술에 앞뒤가 맞지 않거나 진술의 일관성이 없는 부분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강 시장 아들 등 사건 관련자들을 추가로 사법처리를 할 경우 또 한 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해 수사가 봐주기였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데다, 반대로 봐주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게 되면 수사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검찰로서는 출구전략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조심스럽고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고발 건도 통상적인 고소ㆍ고발 사건의 처리 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피고발인들에 대해서도 보강조사를 거쳐 추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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